세계 발명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0회 제네바 국제 발명·신기술 및 신제품 전시회’는 한국의 높아진 발명 위상을 국제 사회에서 재확인한 자리였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던 우리나라 참가단은 전시회 조직위원회가 한국의 전시작품 부스 위치를 관람객 눈에 잘 띄는 출입구 옆의 ‘로열석’에 배정할 정도로 각별한 신경을 쓴 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출발부터 순조로웠던 우리나라는 이번 전시회에서 19개사에서 20여점을 출품, 금상을 비롯해 은상·동상·특별상 등 총 25개의 상을 휩쓰는 쾌거를 올렸다. 이같은 수상 규모는 그간 제네바 전시회 참가 이래 최대 규모다. 통상적으로 각국 출품작의 50%만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던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참가자 전원이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내로라하는 발명 대국의 대열 틈에서 ‘발명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었다. 국가 정책적으로도 든든한 뒷받침이 돼주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IMF사태 이후 IT 산업의 급성장을 배경으로 한 우리나라의 발명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최근 국제적으로 발명계의 화두는 다름아닌 ‘상업화’다. 이번 전시회 출품작 가운데 단연코 주목을 받았던 한국의 출품작들은 IT·BT 산업과 접목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국제 언론의 포커스를 받았다.
한국의 출품작들은 발명 그 자체에만 그치지 않고 산업계에 바로 응용될 수 있는 아이템이거나 조만간 시장 진출이 가능한 시제품 형태로 전시됐다. 현지 언론에서 주목했던 점도 바로 그러한 가능성 때문이었다. 일부 제품은 시제품이 동이 날 정도로 관람객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서도 한국의 발명 수준이 급성장한 배경에 대해 상업화가 가능한 아이템을 발명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라며 발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우리 발명의 상업화 연계는 ‘발명가 집안은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데 한 몫을 한 것이다.
올 12월에는 서울에서 국제 발명 전시회가 열린다. IT 강국으로 떠오른 ‘코리아의 위상’을 발명계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국제적인 발명 전시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디지털경제부·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