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MS 반독점위반 `손본다`

반독점법 위반 행위와 관련해 미국에서 선방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유럽에서는 철퇴를 맞을 위기에 놓여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3년간 MS의 컴퓨터 시장 저해 행위를 조사해온 EU 당국이 조만간 이의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EU 당국이 MS의 비즈니스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혹독하면서도 광범위한 제재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번 제재 조치에는 MS가 가장 꺼려하는 윈도에서 미디어플레이를 제거하라는 것과 연간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20억달러 이상을 벌금으로 물리는 것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조사 언제 시작됐나=유럽 15개국으로 구성된 EU 경쟁 당국(경쟁위원회)이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MS의 불공정 혐의에 대해 조사를 착수한 것은 지난 2000년 2월. 당시 EU 경쟁위원회는 PC시장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악용해 MS가 자사의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 운용체계에 끼워(번들) 팔아 컴퓨터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했는지 여부의 조사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경쟁위원회는 지난 8월 “MS가 미디어 소프트웨어인 미디어플레이와 윈도 운용체계를 결합, EU의 반경쟁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경쟁위원회는 이외에도 MS가 PC시장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서버 시장에서도 불공정한 관행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는데 MS 경쟁업체들은 ‘윈도XP’에 대해서도 당국이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미국과 달리 EU는 기업에 불공정 조사의 핵심을 맞추고 있다.

 ◇어떤 제재 조치가 검토되고 있나=소식통들은 경쟁위원회가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이루어진 MS와 미국 당국과의 화해안보다는 훨씬 엄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MS의 미디어 소프트웨어인 미디어플레이어를 윈도에서 분리, 삭제할 것을 위원회가 MS에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간 MS 라이벌인 AOL타임워너는 “MS가 미디어플레이어를 윈도에 합치는 불공정한 행위로 라이벌인 리얼네트웍스에 큰 피해를 줬다”고 말해 왔다.

 이의 구체적 조치로 위원회는 컴퓨터 하드웨어업체들이 △윈도만 있는 제품과 △윈도와 미디어플레이가 같이 있는 제품 등 두가지 중 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반독점 소송에서도 쟁점이 된 이 문제에 대해 MS는 미디어플레이를 윈도에서 삭제하지 않는 대신 아이콘으로 숨길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합의를 본 바 있다.

 소식통들은 위원회가 벌금부과와 함께 MS가 라이벌 서버 업체들에 기술정보를 제공할 것을 명령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EU 당국법에 따르면 벌금액으로 해당기업의 연매출 중 10%(MS 경우 약 25억달러)까지 물릴 수 있다. 하지만 EU에서 반독점법 위반과 관련해 연매출의 1% 이상을 벌금으로 낸 기업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리오몬티가 위원장인 EU 경쟁위원회는 430억달러에 달하는 제너럴일렉트릭-하니웰 합병에 대해 독점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며 작년 7월 무산시켰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