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책을 연구·검토하는 경제산업성내 ‘반도체산업전략추진회의’가 최근 ‘일본 반도체산업의 과제와 대응’이란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일본 정부는 이미 NEC,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 후지쯔 등 5개 주요 메이커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반도체 공동개발 회사 설립에 315억엔을 지원키로 하는 등 반도체산업을 다시 한번 부흥시키겠다는 의지를 재삼 확인한 바 있다.
‘반도체산업전략추진회의’ 역시 이런 배경 속에 지난해 10월부터 활동을 개시, 일본 반도체산업의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왔다. 다음은 보고서 내용 요약.
◇일본 반도체산업의 현황과 과제=D램분야에서 80년대 세계 1위였던 일본 반도체산업은 90년대 들어 한국의 D램분야에서의 비약적 성장과 MPU 분야로의 전략적 전개 지연 등으로 국제 경쟁력을 상실해 왔다. 하지만 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던 반도체는 향후 모바일기기, 로봇, 자동차 등으로 사용범위가 확대되는 등 주요 성장산업이며 이에 따라 일본의 기간산업으로서 중시돼야 한다.
세계 반도체산업계는 90년대부터 제품·사업의 특화 경향이 뚜렷해졌다. 한국이 D램, 미국이 MPU, DSP 등 제품별 특화 및 강화전략에 성공했으며 비즈니스모델 역시 △설계전문메이커 △반도체IP프로바이더 △파운드리 메이커 등으로 분화돼 왔다.
이에 비해 일본 반도체메이커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에서 판매까지 맡는 이른바 ‘백화점식’이다. 이런 전략은 일본이 해외업체에 비해 △경영이익률이 낮고 △시장점유 1위 제품이 없고 △생산비용이 높다는 경쟁력 약화를 가져왔다. 특히 생산비용의 경우 일본을 100으로 볼 때 대만은 75, 삼성은 90, 마이크론은 85 등으로 경쟁력 저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설비투자액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88∼92년 설비투자액은 일본이 가장 많았지만 93년에 미국에, 95년에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추월당했다.
일본의 기술적 우위도 흔들리고 있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반도체설계 기술분야에서 한국, 대만보다는 앞서지만 구미에는 못 미친다. 제작 프로세스 기술에서는 미국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프론트앤드기술에서는 한국에게 뒤처져 있다.
또한 시스템온칩(SoC)의 설계 부담을 덜기 위해 반도체IP의 활용이 크게 늘고 있는데 일본은 제자리걸음이다. 세계 IP유통시장은 2000년 약 6억달러, 2001년 9억달러(데이터퀘스트사 전망치)지만 일본내 IP유통시장은 지난해 30억엔 전후에 머문다. 세계 반도체IP는 ARM, 램버스, MIPS 등이 5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향후 전망 및 대응책=경영·조직 개혁이 급선무다. 반도체사업부문의 분사화, 기업간 사업통합 등 고려돼 하며 정부는 세제, 기업조직법제, 고용관련제도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또한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으로 여러 분야에 대한 분산 투자가 아닌 0.1미크론, 0.07미크론 등 최첨단분야 라인에 집중 투자가 이뤄져야한다. 또한 0.35미크론 이상의 라인 경우 이미 감가상각이 끝나 비용경쟁력이 있는 라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라인 집약화나 타사에의 생산위탁 등을 검토해야 한다.
새로운 고부가가치제품 시장이 될 SoC 등 최첨단분야의 트렌드를 앞서가야 한다. 향후 업계의 관건은 제조에서 설계로 이동할 것이며 이에 따른 설계·시스템 분야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첨단 기술 개발이 필수요소다. 이를 위해 기업별 차별화에 필요한 기술이 아닌 경우, 일본내 각사가 공통화·표준화를 촉진해 개발비용을 줄이고 개별사가 하기 힘든 고도기술 개발에서는 컨소시엄체제를 통해 경쟁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0.1미크론, 0.07미크론의 프로세스기술을 바탕으로 제조 플랫폼의 구축, 차세대검사·분석기술의 연구개발, 응용분야형 SoC플랫폼 실현 등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또한 향후 모바일, 정보가전 등 응용시장이 새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선행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즉 범용메모리 특화형(how to make형)의 일본 반도체산업을 ‘다양한 상품 제공형(what to make형)으로 구조 전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적재산권과 덤핑·반덤핑제도의 전략적 활용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일본은 지금까지 반덤핑 제소를 당하는 피제소국의 입장에서 통상협상에 임해왔으나 앞으로는 일본이 제소국이 될 경우를 상정,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