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만영 아이마켓코리아 사장
남보다 빠른 기술 접목이 생명인 IT분야는 그 발전 속도로 인해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가 늘 한발 뒤처져 따라가게 되는 특성이 있다. 지적재산권 문제를 비롯한 개인정보 오·남용, 사이버상의 음란·폭력·명예훼손 등 불법·불온 정보 유통, B2C 온라인거래에 대한 개인의 불이익 방지 등에 대해서는 법적 권고사항이 어느 정도 정비돼 있으나 B2B 거래에 대한 제도적 정비는 아직 요원한 것이다.
이같은 시차는 B2B 거래가 기존 오프라인 개념의 법률이나 혹은 B2C 거래에 관한 규정에 준해 유권해석이 적용되는 오류를 낳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온라인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특수 품목 취급을 위한 자격 요건에 관한 규제이다.
‘석유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석유류를 판매하는 각 대리점 및 판매소는 석유저장시설 및 소재지를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e마켓플레이스의 경우 석유를 비롯한 모든 물품의 구매·판매가 저장시설이 존재하지 않는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진다. 서류상의 업무 플로우로는 e마켓플레이스가 물품을 구입한 후 마진을 붙여 구매기업에 재판매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납품기업이 구매기업으로 직접 배달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전자상거래가 오프라인상 시설투자에 대한 절감비용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개념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법이 정한 석유저장 시설 규정은 e마켓플레이스의 존재이유를 상실케 한다. 즉, 온라인 기업이 석유를 재판매하기 위해 석유 저장시설을 구비하도록 한 오프라인 기준의 법에 발목이 잡히는 순간 그 기업은 더 이상 온라인 기업으로서의 가치 창출이 불가능해 지는 셈이다.
더욱 애석한 것은 유권해석마저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의 시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 정부 관계자는 고압가스의 전자상거래 가능 여부를 문의한 민간기업에 ‘유통질서의 혼란, 안전점검주체의 불분명’ 등을 이유로 불가 입장을 밝혔다. e마켓플레이스라는 중간단계가 존재한다고 해도 최초 공급자가 직접 공급 및 점검책임을 지는 온라인상의 현실보다는 오프라인 거래를 기준으로 고압가스에 대한 관리법을 해석했기 때문이다.
최근 e마켓플레이스 활용 증가는 직접적인 구매 단가의 절감과 함께 프로세스 혁신을 가져와 기업 경쟁력 강화의 근간이 되고 있다. 세계를 상대로 무한경쟁을 벌여나가는 기업에게 경쟁력 강화는 곧 국가 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진다. 따라서 민간 기업들이 e마켓플레이스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현 상황에서 정부의 노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e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할 경우 전자구매의 투명성으로 과세가 용이해짐에 따라 전자구매시 법인세 인하 혜택이 주어지는 등 B2B 전자상거래 부문의 발전과 법률정비의 시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우리 나라의 B2B 전자상거래가 성장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선 석유와 자동차 등 각종 개별 상품의 규제조항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 모든 상품이 온라인 거래에 적합하지는 않겠지만 이에 대한 검토조차 없이 기존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B2B 전자상거래의 성장 잠재력을 꺾는 일이다. 전자구매 이용에 따른 법인세 인하 혜택 범위의 확대 적용도 요구된다. 현재와 같이 ‘중소기업이 입찰방식으로 구매할 경우’로 한정한다면 전자구매의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자구매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 혜택의 범위를 카탈로그 방식을 비롯해 각종 경매·역경매 방식을 아우르는 전자거래 시스템을 이용하고 전자세금계산서 교부가 이루어지는 모든 기업간 거래로 확대 적용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워크아웃 기업, 법정관리 기업 등 공적자금이 들어간 기업에 대해서는 전자구매 활용을 의무화하고 일반 기업에 대해서도 전자구매 이용규모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당근과 채찍의 적절히 제시돼야 할 것이다.
법과 현실의 시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좀더 가시화될 때 우리 나라의 B2B 전자상거래와 e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전망은 매우 밝아질 것이다. B2B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이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장애물은 치우고 추진력은 증진시켜 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