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악재…오라클 `주름살`

세계적 데이터베이스(DB) 업체인 오라클이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제품 판매고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주가가 연중(52주)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캘리포니아주와의 수의 계약 문제가 정치 스캔들로 비화되면서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여기에다 그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해온 세계 DB시장 자리를 IBM에 내줬다는 가트너의 보고서로 카운터 펀치를 맞은 꼴이 됐다. 

 ◇회색빛 수치들=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이달 31일 끝나는 오라클의 4분기 매출과 이익을 하향 조정했는데 이는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0% 늘어날 것이라는 오라클의 전망에 대해 회의적이었기 때문.

 DB시장 강자인 오라클에 있어 4분기는 전통적으로 매출과 이익이 호조를 보이는 등 매우 중요한 분기다. 하지만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매출에 비관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로 고객들이 제품 구입을 미루고 있고 여기에 비싼 제품 대신 저렴한 표준형 제품을 찿는 것도 오라클의 매출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트너 애널리스트 베스티 벌턴은 “오라클이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표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매출 중 70%나 차지하고 있는 DB 분야 매출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이 분야는 지난 4개 분기 연속해서 마이너스 성장한 달갑지 않은 기록을 갖고 있다. DB 이외에도 오라클은 자사 소프트웨어 매출 중 30%를 차지하며 DB와 연동 사용함으로써, 그간 DB 매출을 견인한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도 피플소프트·시벨시스템스·SAP 등 경쟁업체와의 치열한 시장 점유율 싸움으로 고전하고 있다. 제프 핸리 오라클 최고재무책임자는 “우리는 DB, 애플리케이션 등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투자가들의 우려를 일축하며 “ 35%의 수익 마진을 누리는 등 오라클은 자금면에서는 건전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9500만달러 수의 계약 물의=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오라클과 체결한 9500만달러 상당 소프트웨어 수의 납품계약이 정치적 파문으로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관련 기관에 서류 보전을 지시했으며 이 계약과 관련된 두명의 주 공무원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민주당원인 데이비스 주지사를 겨냥해 “주정부가 오라클과 체결한 6년간 총 9500만달러 상당 소프트웨어 계약이 부정 거래 개연성이 높다”며 사건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데이비스 주지사는 현재 주지사 재선 캠페인 중이어서 이 사건이 미칠 파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정부는 지난해 5월 거의 모든 주 기관이 사용할 데이터베이스 관리 소프트웨어 구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주정부는 일괄 구매로 비용이 1600만달러가 절약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지난해 공개된 주 감사 결과 이 계약이 주정부의 소프트웨어 소요액을 과대 계상했으며 기존 공급업체로부터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것보다 최고 4100만달러나 비용이 더 들었다고 결론지었다.

 데이비스 주지사는 자신은 이 계약 서명 전까지 계약 내용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강변하며 “계약 내용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법무부와 이 계약을 무효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라클 임원들은 “수개월 전 계약 철회를 주정부에 제안했었다”고 주장했으나 주 대변인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