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업계 `재고 휴대폰`에 운다

전세계적으로 휴대폰 수요 예측을 잘못해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고 이동통신 서비스 및 휴대폰 업체들이 이를 처분하기 위해 최근 잇달아 할인 시장에 휴대폰을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더욱 나빠지는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C넷은 시장조사회사 M루프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전세계에서 판매된 약 3억 8000만대의 휴대폰 중에 무려 약 30%가 정상적으로 유통된 제품보다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고 보도했다.

 이를 수량으로 환산하면 약 1억대, 또 금액으로는 약 10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이다. 지난해 이들 제품은 단순히 수요예측을 잘못하거나 비싼 가격, 디자인, 심지어 색상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가격을 받지 못하고 할인 유통점 등을 통해 10∼3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팔려나갔다는 것이다.

 업체별로는 보다폰과 NTT도코모 등 이통 서비스 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통 서비스 업체들은 전세계 제조업체들로부터 휴대폰을 대량으로 구입해 가입자들에게 염가로 공급해주는 과정에서, 최근 수요 예측이 잘못되어 각각 수백만대의 휴대폰 재고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이통 서비스 회사 경영에도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휴대폰 1위 업체 노키아를 비롯해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등 휴대폰 제조 업체들도 최근 휴대폰 재고가 누적되어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모토로라가 전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V60 모델의 소매가격은 1월 300달러에서 최근 250달러까지 떨어졌고 삼성전자의 SGH A400 모델의 가격도 같은 기간동안 300달러에서 최근 255달러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M루프 CEO 바이런 로스 사장은 이와 관련, “최근에 선보이는 휴대폰은 사진과 게임을 주고받는 등 기능이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지기 때문에 휴대폰 수요를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