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스티브 스미스는 이번주 중으로 자신의 멋진 ‘BMW Z3 컨버터블’ 반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는 2년 전 인터워븐에 합류할 때 제공받은 고용 상여금 조건의 하나로 자금을 대출받아 이 스포츠카를 몰아왔지만 이제 대출기간이 끝나 이를 결정해야할 처지다.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이 한때 누렸던 고용 상여금과 높은 급여는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지난 인터넷 붐 시절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에게 높은 봉급 인상과 상여금을 안겨주었던 엄청난 부가 말라 붙으면서 직장인들의 주머니도 그만큼 텅 비어가고 있다. 여기다 봉급이 평준화되면서 상여금마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이나마 직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며 실업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각한 편이다.
자신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면서 컨설팅 일과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는 카렌 퍼티치는 “예전에 고임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제는 급여가 15∼20% 깎일 수 있다고 본다”면서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기에 직장을 구한 많은 직장인들조차도 2년 전보다는 수입이 줄어든 게 보통이다.
물론 이 급여 삭감은 대부분 기본급이 대상은 아니다. 기업들은 대신 상여금이나 봉급 인상률을 깎는 방식으로 보상비용을 줄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의 높은 실업률을 틈타 경험이 많은 일꾼들을 저비용으로 고용하기도 한다.
샐러리닷컴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본급은 지난해 이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새너제이 지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고객 지원 직원들의 평균 봉급은 2001년 4월부터 올 4월 사이에 약간 줄어들어든 반면 네트워크 관리 등 다른 분야 종사자들의 봉급은 올랐다. 하지만 기본급이 이같이 변함이 없더라도 직장인들의 수입은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멘로파크 소재 법률회사인 군더슨 데트머는 2년전 1년차 직원의 봉급을 9만5000달러에서 12만5000달러로 올리면서 보장 상여금 2만달러를 추가했다. 이 회사는 봉급은 깎지 않았지만 보장 상여금은 이제 없다. 이같은 기업들의 전략은 흔한 일이다. 많은 기업들이 상여금을 회사 실적과 연계시켜 회사가 잘 될 때는 직원들에게 후한 보상을 하지만 상황이 어려울 때면 이같은 전략이 공식적으로 봉급을 줄이지 않고 대신 높은 보상비용으로 고민하지 않도록 하는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급여에 대해 밝히기를 꺼리지만 실리콘밸리 주요 업체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임시 봉급 삭감이다.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의 직원들은 무기한 임시 봉급 삭감 계획의 일환으로 봉급이 5∼10% 깎였다. 휴렛패커드 직원 중 95%는 지난해 감봉을 당하거나 비용절감 대책의 일환으로 휴가를 모두 사용했다.
둘째, 봉급 동결이다. 기술적으로 감봉은 아니지만 인플레시 직원들의 구매력이 줄어들게 되는 조치다. 이는 2년 전 많은 직장인들이 평균 이상의 봉급 인상 혜택을 받던 것과는 극히 대조적인 현상이다. 애질런트와 HP 직원들의 봉급은 올해 동결됐다.
셋째, 상여금 삭감이다. 애질런트, 찰스 슈왑, HP, 인텔 등의 직원들은 지난해 상여금을 못 받거나 깎여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1400여 실리콘밸리 근무 직원들도 특별 상여금의 삭감으로 오는 8월부터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상여금이 기본급의 25%에서 15% 규모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