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인터넷은 뛰어난 광고매체

◆김태윤 한국인터넷마케팅기업협의회 회장

 올해 말 치러질 대통령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인터넷의 위력을 무섭게 보여줄 것 같다. 이미 후보경선과정에서 인터넷은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모 후보의 경우 휴대폰 무선메시지 덕에 후보로 당선됐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선거인단들이 인터넷을 통해 후보자 선거진영과 활발히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기존 매체에서는 걸러지거나 왜곡됐던 목소리를 생생히 접할 수 있게 됐으며 이것이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어느덧 인터넷은 보수적인 정치권에도 의미있는 광고매체로 부각된 셈이다.

 이처럼 정치권에서조차 인터넷을 영향력있는 광고매체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미디어의 대표격인 종합포털과 전문대행사인 온라인광고업계는 아직도 적정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광고시장에서 인터넷 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2001년도 국내 전체 광고비는 약 6조원. 이중 인터넷에 투여된 광고비는 2%인 12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금융이나 통신관련업종에서 집행한 것이다.

 인터넷의 광고매체로서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특히 대다수의 굴뚝업체들은 인터넷을 가치있는 광고매체로 보지 않는다. 당연히 광고비용을 책정할 때 인터넷에 대해서는 최소로 책정하거나 제외시킨다. TV나 신문에 광고하면 됐지 인터넷에까지 광고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느라 TV시청시간이 줄어든다는 보고가 이어지는 데도 전통산업의 관리자들은 고집을 버리지 않는다.

 반면 금융이나 통신업종은 비교적 디지털화가 많이 진척된 탓인지 인터넷의 광고매체로서의 가치를 크게 느낀다. 적지 않은 은행·카드·증권사들이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인터넷에 쏟아붓고 있으며 그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기존 매체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성과를 쉽게 측정할 수 있으며 효과도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인프라 측면에서는 선진국 이상이다. 하지만 이 막대한 인프라가 제대로 활용되려면 양질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되어야 한다. 콘텐츠없는 인터넷은 무용지물이다. 길은 넓은 데 다니는 차가 별로 없는 형국이다. 콘텐츠의 지속적인 생산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광고수익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전통산업과의 화학적·유기적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또 하나 뛰어넘어야 할 것은 전통산업의 마케터들이 인터넷 미디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뿌리깊은 편견이다. 이들은 인터넷이 TV 등에 비해 브랜드인지도 제고 측면에서 효과가 현격히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고객관계관리(CRM) 등과의 결합을 통해 고객의 움직임을 세밀히 관찰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브랜딩에는 별 볼일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브랜딩 효과에서도 TV 못지않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매체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일고 있는 인터넷상의 변화를 보면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전면 광고나 화면의 일부분에서 네티즌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이리저리 떠 다니는 플로팅(Floating) 광고 등이 그 예다.

 TV광고의 보조적인 수단 정도로 보기에는 효과와 가치가 너무 많지 않은가. 광고전문가들의 늘상 주장해온 통합마케팅(IMC)을 펼치는 데도 매우 적합한 매체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제 인터넷은 생활의 일부다. 많은 이들이 예전에 TV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아침에 눈뜨면서 인터넷에 접속하고 저녁에 잠들기 전에 인터넷에서 빠져나온다. 광고란 고객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 고객이 지나가는 길목에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인터넷의 광고매체로서의 가치를 폄하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