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지분매각 자신감 어디서 나오나

 KT가 마련한 교환사채(EB) 발행조건이 시장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정부와 KT측이 지분매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T는 14일 EB의 발행조건으로 10% 프리미엄과 3년 만기 보장수익률 4.4%를 제시했으며 발행일의 주가와 비교해 주가가 50% 이상 오른 기간이 한달을 넘으면 무조건 주식으로 전환된다는 조건도 내놓았다. 이는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략적 제휴 당시 발행했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표면이자율 4.3%보다는 0.1%포인트 높은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관계자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왜일까. 한 그룹 관계자는 이같은 이유에 대해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사항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더구나 전략적투자자라면 굳이 조건에 얽매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따라서 EB조건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조항이 삽입된 것도 아닌데 그룹의 입장이 바뀌거나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KT측이 자신감을 보이는 데 대해 궁금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KT측이 삼성을 비롯한 그룹 관계자들을 수 차례 만난 이후 이같은 심증이 굳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T측이 삼성·LG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종의 딜을 제안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KT는 연간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이 중 상당부문이 삼성이나 LG측과 비즈니스로 연결돼 있고, 민영화 이후 이와 관련해 비즈니스에 대한 협력안을 제기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KT측은 0.5% 이상의 지분을 인수하는 전략적투자자에게 사업협력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하고 2∼3위 지분인수 기업에 비상임이사의 추천권도 부여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과 LG 같은 장비사업자들의 경우 이사회에 참여해 각종 비즈니스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루트가 필요하고 사업협력에 관한 우선권 역시 중차대한 문제다. 더 나아가 한·EU, 한·미, 한·WTO 등과 맺은 국제조달협정이 폐지될 경우 장비구매 우선권에 대한 혜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KT측은 이같은 요지로 두 업체를 설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날 발표된 EB의 조건 역시 언급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KT측이 자신하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뒤로 물러앉아 있는 듯한 정부측의 의지 또한 직간접적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KT측 관계자들이 삼성 이건희 회장의 ‘튀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매각을 자신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물론 삼성의 그림은 보다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특히 SK텔레콤의 참여를 낙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를 두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삼성측의 참여에 대한 견제용이며 또다른 하나는 KT가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지분을 넘기겠다는 위협용이다. 물론 두가지 모두 가정이기는 하지만 현실성이 상당히 높다. SK텔레콤은 ‘통신사업자 KT’보다는 ‘삼성KT’라는 상호가 훨씬 부담스럽다. ‘통신사업자 KT’로 남게 하기 위한 견제용은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다. KT가 보유한 SK텔레콤 지분은 그러나 외국인의 수중에 들어갈 경우 파급력이 커진다. 이를 회수해야 하는 SK텔레콤측으로서는 자금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