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민영화` 시작됐다](6)술렁이는 KT(하)

 KT는 한마디로 유무선을 망라한 국내 유일의 거대 통신사업자다. 기간 인프라가 그러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 부문에서도 여전히 KT의 위상은 높다. 경쟁 유무선 사업자들에 KT의 민영화는 곧 공포다.

 이에 대응해 SK텔레콤은 미래사업을 중심으로 맞대응할 계획이며 LG를 중심으로 한 제3세력도 결집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경쟁 사업자들은 특히 KT의 소유 구조가 바뀌더라도 완전한 민간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이 기간 동안은 역량을 키워간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KT 안팎에서는 KT를 둘러싼 유무형의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대 사업자로서 어느 정도 ‘핸디캡’을 받아야 하나 공기업 시절에 정해진 일방적인 양보는 없어야 진정한 민영화가 완료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경쟁 업체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민영화라는 현안에 가려 이같은 주장은 잠복돼 있다.

 ◇KT의 부문별 경쟁력=유선 분야에서 KT는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나 매출 증가율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KT는 지난해 이 분야에서 7.2%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이는 통화중 대기나 착신전화·1588 대표전화 등 지능망서비스의 매출 증가에 힘입은 것이다.

 경쟁사업자들도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한편, 기간인프라 확보에 나서고 있고 정부 역시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위한 비대칭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시내전화번호이동성(LNP)이나 가입자선로공동활용제(LLU) 도입 및 현실적인 이용대가 기준이 확립되면 후발사업자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접속료 수익의 감소도 장기적으로는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전용회선 사업에서 KT는 70% 정도 시장을 점유했다. 그런데 최근 파워콤·데이콤·드림라인 등의 경쟁사들이 최소 10% 이상 저렴한 요금과 서비스 품질을 개선해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연간 13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려준 SK텔레콤이 최근 두루넷 전용선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초고속인터넷도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시장점유율이 50%에 육박했으나 하나로와 두루넷의 도전도 거세다. KT의 경쟁사들은 최근 서비스 개선과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KT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으며 PC방·소기업용 부문의 메트로이더넷 부문에서 선전했다. 2, 3년 내에 상용화할 전력선 통신기술도 KT에는 잠재적으로 두려운 대상이다.

 이에 KT는 무선랜, B2B, 가상사설망(VPN)과 인터넷전화(VoIP)의 신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막강한 인프라를 감안하면 업계 1위는 무난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모든 통신사업자들이 사활을 걸다시피 달려들고 있어 완벽한 경쟁 우위를 속단할 수 없다.

 ◇팽팽한 규제 완화론과 강화론=KT는 경쟁 사업자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하나 민영화를 앞둔 만큼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KT가 다른 사업자에 비해 지나치게 규제를 받는 것은 없다. 요금인가도 사실상 지배적 사업자이어서 받는 것이지 공기업이기 때문에 받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KT는 이러한 명시적인 규제보다는 정책 당국으로부터 받는 보이지 않는 규제가 문제라고 본다. 이를테면 보편적 서비스로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성격이 유사한 사업을 사실상 의무적으로 수행한다거나 접속료 등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들이다.

 그런데 경쟁 사업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경쟁사들은 KT가 어떤 불이익을 받더라도 결국 다른 부문에서 도움을 받는 일이 많았으며 이같은 정부의 정책적 결정은 민영화 이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독점 사업자로서 KT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경쟁사업자들의 주장이다.

 KT의 고민은 최근 민영화 논란 과정에서 이같은 경쟁사들의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KT는 민영KT의 모습이 과대 포장된 것도 한 요인으로 꼽는다.

 KT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의 주장과 달리 KT는 실제로 정부 정책에서 되레 손해를 본 게 많다”면서 “그렇다고 현재 이런 주장을 폈다가는 역공을 받을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민영화 이후 어느 정도 시점이 흐른 다음 공론화하겠다는 속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