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익스트림의 이중성

 “가격인하를 통한 저가 수주경쟁은 지양할 것입니다. 익스트림은 우리 장비의 성능을 믿고 선택하는 기업시장 공략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미국 네트워크장비회사 익스트림네트웍스의 최고경영자(CEO) 고든 스티트가 올해 메트로 백본스위치 분야의 사업전략을 밝히며 강조한 말이다.

 그리고 채 2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말 익스트림은 업계의 관심이 모아졌던 KT 엔토피아 프로젝트에서 경쟁업체들이 놀랄 정도의 초저가 가격을 제시, 장비공급권을 획득했다. 당초 업계는 이번 입찰에서 메트로 백본스위치 분야에서 장비공급가격이 15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익스트림은 이보다 무려 50억원 이상 낮은 94억원대의 가격을 제시해 장비공급권을 획득했다.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가수주경쟁을 택하지는 않겠다’는 약속이 불과 2개월도 지나지 않아 공염불이 된 것이다.

 기업의 사업전략 및 가격정책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또 사업전략 및 가격정책은 시장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익스트림의 경우처럼 ‘저가수주경쟁을 지양하겠다’며 국내 시장환경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회사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자신의 말을 뒤집고 ‘가격파괴’ 전략으로 시장공략의 발판 마련에 나선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투명경영’과 ‘신뢰’ 등을 강조하며 걸핏하면 한국기업의 부도덕성을 비판하는 다국적 기업 가운데 하나인 익스트림이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떤 회사가 나름대로의 상황 판단과 향후 시장전망에 근거해 공격적인 가격인하 정책을 펼치는 것을 무조건 덤핑공세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스스로 ‘우리의 사업원칙’이라고 강조한 사항을 불과 몇개월 사이에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파기한 익스트림은, 덤핑수주 논란의 주역을 자처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엔터프라이즈부·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