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과의 합병전 HP의 마지막 분기 실적이 ‘쾌청’으로 나타났다.
15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일 컴팩과의 합병사를 공식 출범시킨 HP는 지난 4월 30일 끝난 2002 회계 2분기(2∼4월)결산에서 2억5200만달러(주당 13센트)의 순익을 기록, 작년 동기의 4700만달러(주당 2센트)보다 순익이 약 5.4배 증가했다. 하지만 큰폭의 순익 증가와 달리 이 기간중 매출은 106억달러로 일년전 같은 기간(117억달러)보다 9% 감소했다. HP는 컴팩 인수 관련 비용 등을 제외하면 순익규모가 4억9800만달러(주당 25센트)로 더 늘어난다고 밝혔다. HP의 이같은 2분기 실적은 월가의 예상과 대체로 맞아떨어지는 것인데 기업재무분석기관인 퍼스트콜 등을 비롯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HP의 2분기 순익이 주당 25센트에, 111억달러 매출을 보일 것으로 전망해 왔다.
◇수익 증가 이유=칼리 피오리나 최고경영자, 마이클 카펠라스 사장에 이어 HP내 서열 3위인 밥 웨이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큰 폭의 수익 증가에 대해 “6000명을 해고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큰 효험을 봤다”며 “이 때문에 올 2분기 비용이 작년보다 7%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통적 HP의 효자 품목인 이미징·프린터 사업이 예년만큼의 고성장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2분기 HP 수익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또 비록 컴퓨터, 컨설팅 분야는 수익이 부진했지만 경비절감을 위해 외부에 생산을 맡기는 소위 아웃소싱도 경비절감에 한몫했다.
실적과 관련, 피오리나 CEO는 “세계 IT경기는 올 하반기에도 눈에 띄는 회복은 힘들고 내년이나 돼야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며 “앞으로 HP의 매출과 수익도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웨이먼 CFO는 “2분기에 좋은 실적을 거둠에 따라 직원들에게 총 2억2000만달러의 보너스를 주게 됐다”고 반색하며 “작년에는 실적이 부진해 보너스를 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6월 4일=200억달러에 육박하는 컴팩과의 합병을 마무리한 HP는 내달 4일 보스턴에서 열리는 증권분석가회의에서 통합사의 경영목표, 진로 등을 밝힐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애초 HP는 합병전 주주들에게 합병사가 연간 25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이익을 12%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6개월 이상 기다려봐야 이 약속의 실현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한편 HP는 그간 공언해온 1만5000명 감원을 통한 경비절감을 위해 이번주부터 전세계적으로 감원에 나섰는데 이 절차가 향후 6∼9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지역법 등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HP는 전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