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스터 `벼랑끝`에

사진; 베르텔스만의 냅스터 인수 제의가 무산됨에 따라 최고 경영진이 사임을 발표했다. 사진은 2000년 11월에 있은 냅스터와 베르텔스만의 인터넷 음악 유통사업 조인식.

냅스터가 벼랑끝까지 몰렸다.

 인터넷 파일교환(P2P) 서비스 냅스터에 대한 독일 미디어 업체 베르텔스만의 인수가 이사회의 반대로 실현 불가능해지면서 최고경영자(CEO)가 사임을 발표하고 내부에서 ‘파산임박설’이 터져나오는 등 냅스터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베르텔스만의 냅스터 인수제의가 이사회의 거부로 수포로 돌아가자 이를 추진해온 콘래드 힐버스 CEO를 포함한 냅스터의 고위경영진들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언론들은 ‘베르텔스만의 지원없는’ 냅스터가 운영자금 부족 등을 들어 파산보호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한때 80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보유했던 ‘P2P 서비스의 대명사’ 냅스터는 출범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별다른 처방이 없는 한 냅스터가 좌초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냅스터의 위기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냅스터는 지난 99년 출범 이후 돈이 되는 사업모델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어진 음반업계의 저작권 소송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따라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서비스 유료화를 추진했지만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회사측은 음반업체들이 라이선스를 주기 거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지만 업계에서는 유사 서비스가 많이 등장한 시장환경 아래서 냅스터의 유료 서비스가 다른 서비스에 비해 경쟁력을 갖지 못했고 네티즌들의 관심을 끄는 데도 실패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여기에다 회사 내부 문제로 대주주간 법적 분쟁이 일어나면서 베르텔스만의 최종 인수제의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자금은 고갈되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힐버스 CEO는 협상결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키로 했다. 베르텔스만측 인사인 그는 냅스터 이사회가 베르텔스만이 보낸 최종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에 사임한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회사 고문인 존 슈와르츠, 데이비드 필립스 부사장, 밀턴 올린 수석부사장 등도 잇따라 자리를 내놨다. 말 그대로 회사가 진공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회사 재정관련 담당자는 냅스터가 ‘채프터7’에 의한 청산단계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회사가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일 냅스터가 파산한다면 이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더라도 반드시 시장에서의 성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