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민영화` 시작됐다](7.끝)초조한 정부

 정부는 그 누구보다 KT 지분 매각의 성사 여부를 초조하게 지켜본다. 단순히 보유 자산을 잘 팔아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 아니다. 깔끔하게 매각을 완료해야 공기업 민영화 성공이라는 ‘치적’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영화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15년 전에 시작한 프로젝트를 현 정권에서 종결짓는 데 따르는 칭찬을 벌써부터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정부의 예상대로 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후반부터 이상 조짐이 나오더니 입찰 시점이 다가오면서 난기류를 형성했다. 일부이기는 하나 ‘완전 매각 불발’의 가능성도 이곳 저곳에서 흘러나왔다. 매각 완료를 자신하는 정부도 내심 초조해 하고 있다.

 ◇성패 여부는 대기업 참여=이번 KT 지분 매각의 ‘키’는 대기업이 쥐고 있다. 전체 28.37%의 절반을 넘는 15%가 사실상 대기업 몫이다.

 본지가 파악한 바로는 주요 대기업의 참여지분 물량은 10% 남짓이다. 삼성·SK·LG 등 3개 대기업이 각각 3% 안팎씩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효성·대림산업 등이 1% 안팎 참여할 전망이다.

 지난 14일 KT가 양호한 조건의 교환사채(EB) 발행 조건을 내놓으면서 참여율은 높아질 전망이나 전물량의 소화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KT는 완전 매각을 낙관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KT를 통해 알아본 결과 3% 이상 참여할 대기업이 최소한 두 개 기업이 있으며 중견 대기업까지 포함하면 완전 매각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기금과 정통부 펀드까지 동원할 태세다.

 KT의 관계자도 “해당 기업을 밝힐 수 없으나 현재로서는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들은 “팔리지 않는 주식이 발생하면 KT가 자사주로 매입하더라도 소화하겠다”면서 한걸음 물러섰다.

 ◇문제는 민영화 이후=현재로서는 전략적 투자자 물량 매각의 불발 가능성이 높으나 전지분의 매각 자체는 성사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로 상대방 패를 읽느라 바쁜 삼성·SK·LG 등 3개 대기업은 경쟁사 견제와 투자 차원에서 일단 참여키로 했다. 문제는 인수폭이다.15일 LG전자가 3% 인수를 결정하고 삼성도 이 수준을 고려중이나 SK의 인수폭은 오리무중이다. SK가 4% 이상 인수하면 문제 없으나 3% 이내로 줄일 경우 이 물량을 다른 30대 대기업이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이에 대해 정부와 KT는 워낙 투자가치가 있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일반과 기관 투자가들이 소화할 수 있어 애초 목표로 한 100% 매각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첫날 초과한 우리사주 청약에서 보듯 투자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켠에서는 정부가 KT의 지분매각 성사 여부에만 골몰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예측대로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100% 매각할 수 있다면 민영화 계획 자체는 성공하게 되는 셈인데 왜 정부가 대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정부가 KT를 통해 삼성과 LG에 대해서는 장비공급 우선권이라는 당근을, SK에 대해서는 KT가 보유한 SK 지분 매각 검토를 채찍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를 두고 정부가 지분 매각의 모양새를 갖추려고 무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작 통신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공정 경쟁을 위한 장치 마련이나 소비자 보호가 뒷전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의 공론화 부재 비판, 하나로통신을 비롯한 통신업계의 가입자망 개방 요구는 ‘어느 기업이 참여하느냐’하는 관심에 한참 밀려나 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정작 초조해야 할 것은 매각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민영화 이후 통신산업과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바탕으로 이를 제도적인 장치로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