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라

 ◆박광선 논설위원

 

 기업의 부침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 같다. 70년대 68%던 미국 25대 기업의 10년 후 잔존율이 80년대에는 60%, 90년대는 40%로 낮아졌을 뿐 아니라 30년을 웃돌던 기업의 평균수명도 10년 만에 6분의 1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6·25 직후인 65년에 국내 100대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13개에 불과할 정도다.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10대그룹도 삼성과 LG 두 곳만 살아남았다니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분명한 사실은 디지털시대로 접어들수록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는 점이다. 신기술의 확산이 빨라지는 산업재편기에는 그 속도가 더 빨라진다. 미래 성장산업의 발굴과 신사업의 선점 여부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삼성·LG·SK 등 대기업이 주력사업을 재편하는 등 21세기를 겨냥한 신사업 발굴·육성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더욱이 기업의 성장을 주도해온 매출 위주의 사업에서 탈피, 고부가가치사업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라니 기대하는 바 크다. 이런 변신이야말로 제조업종에서 맹추격하고 있는 중국의 도전을 물리칠 수 있을 뿐 아니라 급변하는 기업환경에도 발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변신은 미래사업 육성, 사양사업 철수, 원가절감 등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추진되는 삼성의 행보다. 10년 후 주력 수입원으로 부상할 사업은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반면 수익을 내는 사업이라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양사업으로 판단되면 과감히 철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선택과 집중으로 21세기를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지는 반도체사업 계획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반도체산업이 오는 2005년까지는 매년 15% 정도씩 성장하나 D램 가격의 부침이 심하고 시장이 성장기에 달한 데다 중국 등 개도국의 추격이 시작되기 때문에 메모리 비중은 줄이고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시스템 LSI 등 비메모리 반도체부문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2003년까지 스마트카드·이동단말기 전용복합칩·LDI(LCD드라이브 집적회로) 등 3개의 비메모리제품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리고 2005년에는 모든 비메모리부문에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LG그룹도 ‘일등 LG’라는 슬로건 아래 사업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전략을 새로 짜기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작업은 그룹 구조조정본부와 LG경제연구소가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으며, 골자는 비주력사업에서는 손을 떼고 전자와 화학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또 정보통신사업에도 투자를 집중하게 된다.

 SK는 대규모 투자로 유형자산을 늘리기보다 고부가가치인 무형자산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나가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혁신해나가고 있다. 향후 10년간 캐시카우 역할을 하게 될 에너지 및 석유화학 분야를 중심으로 정보통신사업과 금융사업을 강화해나가는 한편 정보기술(IT)과 생명기술을 그룹의 신규 성장축으로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이제는 지구촌을 호령하고 있는 초우량기업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기술과 환경에 순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그런만큼 한국경제호 조타수들의 고민도 클 것 같다. 순간의 선택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엔진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 기업들이 선택한 새로운 성장엔진이 기업의 운명은 물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