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한테 특허권은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나름대로 첨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그 결과물에 대한 특허 경쟁을 벌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동안 우리가 선진국의 기술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배상금을 물거나 아니면 첨단기술을 도입한 대가로 많은 로열티를 특허권자에게 지불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 분야의 특허권을 보유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만약 우리가 그 분야의 기술에 대한 특허권이 있었다면 해마다 엄청난 액수의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기술 특허권을 획득하는 것은 기업이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무기술료’ 국가표준 원칙이 당초 목적과는 달리 개인이나 법인의 국가표준 채택을 기피하고 우수 기술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이는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우리는 국가표준을 제정할 때 해당 상품 기술을 보유한 개인이나 법인이 기술료를 받지 않는다고 합의해야 국가표준으로 채택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표준으로 제정된 규격을 국가표준으로 수용할 경우 해당 개인이나 기업이 기술료를 받을 수 있다.
이같은 국가표준 원칙은 국가가 기술개발을 주도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개인이나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나서는 요즘은 오히려 국가표준 제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소유자가 기술료를 고집할 경우 국가표준 채택이 불가능하다.
처음 정부가 ‘무기술료’ 방침을 정한 것은 특정 개인이나 회사가 소유한 상품이나 기술을 국가표준으로 제정했을 경우 특혜시비를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제표준화기구(ISO) 등에서는 우수한 상품이나 기술을 표준규격으로 채택했을 경우 해당 특허권자가 기술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국가표준 제도를 개선해 더 많은 개인이나 기업이 특허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기준에 미달한 기술이나 상품이 국가표준으로 제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ISO가 국제표준으로 제정한 자사 기술료로 지난해만 1800만달러를 받았다는 사실을 참고해야 한다. 정부의 ‘무기술료’ 국가표준 원칙이 우수한 상품이나 기술을 국가표준으로 신속하게 제정하는데 더 이상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 아울러 현재 2∼3년이 걸리는 특허기간을 최대한 줄여 개인이나 기업들의 경영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발명의 원동력은 바로 로열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우수한 기술이나 상품을 로열티 없이 제공하라고 한다면 이를 반길 개인이나 기업이 많을 리 없다. 기술료를 받을 수 있는 국제표준 채택에 주력하는 것은 어찌보면 예고된 현상이다.
우리는 지난해 국제특허를 2318건이나 출원해 세계 8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특허가 많으면 그만큼 기술발전이 빨라진다. IT강국과 기술입국의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다.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특허권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현재의 국가표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