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패커드(HP), 렉스마크, 캐논, 엡손 등 세계 프린터 시장을 지배하는 주요 기업들이 불공정 행위 혐의로 유럽연합(EU)의 조사를 받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가 이들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값이 싼 경쟁사 제품 대신 높은 가격의 자사 잉크 카트리지를 사게끔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HP 등 주요 프린터 생산업체들은 프린터 본체를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대신 잉크 카트리지 등의 소모품을 비싸게 판매해 수익을 얻어왔다. 이러한 전략은 최근 리필 잉크를 저가에 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이 등장하며 위협을 받게 됐다. 리필 잉크 카트리지 시장은 30억 달러 규모로 전체 카트리지 시장의 11%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 프린터 업체들은 이에 대응해 카트리지에 잉크를 리필하는 것을 까다롭게 만드는 기술을 자사 제품에 적용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조사 결과 불공정 행위가 인정되면 전체 매출의 10%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미국 법무부도 반독점 부서도 이 사안을 조사하려는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CC)는 조사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마리오 몬티 공정경쟁담당관은 “프린터 시장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반면 몇몇 업체들에 의해 과점돼 있다”며 “공정경쟁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 대형 업체는 자사의 카트리지 가격을 높게 책정한 대신 프린터를 저가에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유익을 주었다”며 이번 조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