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통신사업자들이 위태롭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이하 기간사업자)들의 국제전화, LM통화(유선에서 이동전화로) 요금이 줄줄이 인하되면서 ‘틈새’가 줄어드는 바람에 별정통신사업자들의 사업기반이 좁아지고 있다.
최근 별정2호 사업자인 E사가 수십억원대의 회선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해 서비스를 중단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올해 중 이와 유사한 사례가 추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신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정통신사업은 틈새형 통신시장을 육성해 국내 통신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 지난 98년 도입된 이래 국제전화의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좁아드는 입지=별정사업자들은 최근 통신시장의 움직임이 전적으로 자신들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간사업자에 외국의 저렴한 회선 사용을 허가하는 반면 별정의 일방향 착신행위를 금지하고 출연금을 부과하는 등의 정책이 별정의 입지를 좁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간사업자도 외국통신사업자의 저렴한 회선을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저렴한 통화요금으로 별정의 최대 수요처였던 국제전화 시장을 빼앗길 전망이다. 최근 데이콤과 온세통신은 미국통화를 각각 190원, 174원으로 낮췄다. 가입회비를 감안한다고 해도 대부분 200원대 이상의 미국통화 요금을 받고 있는 별정사업자 입장에서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싱텔코리아·아시아글로벌크로싱 등 외국계 통신사업자의 국내 별정업계 진출도 토종 별정사업자에 위협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 아·태 지역에 통신망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 업체의 국내 활동이 활발해질 경우 국제회선재임대 사업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별정업체인 S사 관계자는 “KT나 하나로통신의 시내망이나 외국업체의 해외망을 통해 전화서비스를 하는 몇몇 기간사업자들과 별정사업자는 실질적인 차이점이 하나도 없다”며 “상호간 사업영역이 무너지면서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있지만 상호접속 등 해묵은 요구사항은 전혀 받아들여질 기미가 없고 오히려 별정사업자에 대한 출연금 부여 등 짐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 모색=별정사업자들은 기존 사업영역이 좁아짐에 따라 신규사업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S사는 올해 들어 10억여원을 투자해 통신서비스에 부가서비스를 결합한 신규서비스를 준비중이다. ‘더 이상 가격싸움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S사는 국제전화 카드에 통역서비스를 결합시키거나 오락콘텐츠를 결합시키는 신규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N사의 경우에도 해외노드 구축으로 가격경쟁력을 강화해 최대한 버티면서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한 통역서비스를 통신서비스에 결합하는 신규사업에 사활을 건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대부분의 별정사업자들은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H사의 한 임원은 “한마디로 암울할 뿐”이라며 “카드시장·국제전화시장·VoIP시장 등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고 새로운 활로도 쉽게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