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문화관광부 게임음반과에 팩스 한 장이 날아들었다. 16일 각계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온라인게임 사전심의’ 문제를 놓고 공청회를 개최하니 참석해달라는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의 초청장이었다.
하지만 이 초청장을 받아든 문화부 관계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당일 참석해주기를 원하는 관계자의 이름까지 명시해놓은 데다 ‘온라인게임 사전심의에 대한 찬반 문제’를 주제로 한 내용이어서 문화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자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온라인게임 사전심의를 추진하고 있는 당사자에게 참석을 요청하면서 사전에 한마디 언급이나 조율도 없이 불쑥 보낸 것이어서 보낸 측의 의도를 알 수 없다는 것도 주된 이유였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한마디로 ‘올테면 오고 말테면 말라’는 식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행히 이 행사가 연기돼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이는 그만큼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부와 온라인업체간 괴리현상이 심화돼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사실 최근 들어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전심의 문제를 놓고 문화부와 온라인게임업체들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돼 서로 갈등하며 상대방을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문화부가 주최하는 관련 행사에서 온라인게임업체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데다 문화부 측에서도 업체들이 아무리 반발해도 ‘심의는 예정대로 실시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이 같은 갈등구조는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국내 온라인게임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에 대해서는 문화부나 온라인게임업체 모두가 공감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내주에 미국에서 열리는 E3쇼에서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현황 등을 콘퍼런스 주제로 삼을 정도로 국내 온라인게임산업의 움직임에 세계인이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금은 문화부나 온라인게임업체들이 서로 등을 돌리기보다 오히려 보다 자주 만나서 국산 온라인게임의 세계화를 추구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쟁점이 되고 있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전심의’가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양자가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하루 속히 만들어져야 한다.
<문화산업부·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