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경 클릭엔터테인먼트 사장
1910년 월트디즈니는 요즘 우리가 보는 만화영화 같은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를 탄생시켰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미키마우스가 등장했다. 그후 우리나라도 60년대 초반 애니메이션이 들어오기 시작해 70년대와 80년대에는 애니메이션이 고부가가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각광받았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새로이 온라인 게임이 세계를 장악할 수 있는 신흥 고부가가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만인이 좋아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대명사였던 만화영화가 오늘날 온라인 게임으로 대체되는 현시점에서 두 개의 산업은 각각 별개의 사업으로 갈 것 같지만 조만간에는 공존공생 관계가 될 것이다.
애니메이션 업체와 게임 업체가 공존공생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게임업체 입장에서는 우수한 기술력으로 게임을 만들면서도 무엇보다 오프닝 또는 앤딩 동영상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동될 콘솔 게임의 경우 멋진 동영상 하나가 판매량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업체들은 애니메이션 업체들과 협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무조건 애니메이션 인력을 확보한다고 수년간 쌓아온 애니메이션 제작 노하우를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애니메이션업체 입장에서 온라인 게임은 일단 서비스되기 시작하면 라이프 사이클이 적게는 1년에서, 길게는 수년간 서비스된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미 캐릭터 등 머천다이징 사업에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애니메이션 업체로서는 애니메이션보다 노출빈도가 많은 온라인 게임에 관심이 끌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게임업체를 파트너로 삼을 개연성이 크다.
셋째, 만화영화와 온라인 게임이 함께 노출되면 그 시너지효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만화영화는 모든 것을 완성한 상태에서 일반에게 공개된다. 반면 온라인 게임은 최초 버전을 발표한 뒤 유저들이 이용하면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단계별로 완성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만화영화와 게임의 이런 특성을 잘 살린다면 시기별로 새로운 소비층을 창출하는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 만화영화는 게임의 유저를, 게임은 만화영화의 신규 소비자를 서로 마련하는 효과도 분명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만화영화·게임 등 두 개의 채널을 최대한 활용하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면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그러면 글로벌 시장은 어떠한가. 애니메이션은 그동안 지속적인 해외 전시와 마케팅에 힘입어 안정적인 구매시장이 형성돼 있다. 해외 소비자 입맛에 맞는 작품이라면 언제라도 해외 진출이 용이하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새로 부상하는 시장 가운데 하나다. 해외에는 아직 네트워크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는 등 진출여건이 그리 좋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바이어 발굴에 많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업체들의 해외망을 이용하면 이 문제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소비층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150여개의 온라인 게임이 선전하고 있다. 좁은 국내에서는 분명 과부하다. 하지만 지금 전세계는 고속 인터넷망 구축 붐이 일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ADSL 회원이 300만명을 돌파했으며 연말까지 1000만명의 회원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도 비슷한 상황이며 미주·중국 모두 브로드밴드 구축이 한창이다. 2003년에는 많은 국가, 기업에서 온라인 게임 수요를 창출할 것이며 콘솔 게임인 소니의 PS2나 MS사의 X박스에서도 네트워크 게임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라 온라인 게임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따라서 국산 온라인 게임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온라인 게임이 철저한 기획아래 더 많이 개발돼야 한다. 이는 애니메이션·캐릭터 등 문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미국이나 일본에 뒤졌던 과오를 범하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