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도이체텔레콤의 불공정 경쟁행위에 대한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독일 한델스블라트는 EC가 도이체텔레콤의 전화회선 임대료 책정문제와 관련된 반독점 위반유무를 직접 조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C가 회원국 통신업체를 대상으로 반독점 위반유무를 조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독일에서는 지역 통신업체들이 도이체텔레콤의 전회회선 일부를 임대해 소비자들에게 각종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가능하다. 과거 국영업체 시절 도이체텔레콤이 가설한 전화회선의 임대가 자유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자유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도이체텔레콤은 경쟁업체들의 전화회선 접근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통신업체들에 부과하는 회선임대료를 일반 소비자들의 회선사용료보다 오히려 더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도이체텔레콤의 가격관행은 지난 99년 경쟁업체인 아코와 넷콜론에 의해 정식으로 EC에 제소됐으며 EC는 올해 안에 이 문제에 대한 최종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 EC는 “현재의 판단으로는 (독일의) 유선전화시장 자유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본다”고 발표해, 도이체텔레콤의 경쟁업체들이 제소한 내용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도이체텔레콤은 이런 EC의 발표 내용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경쟁업체들에 부과하고 있는 회선사용료는 이미 독일 통신당국의 승인을 받은 사항인 만큼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이체텔레콤은 EC가 설정한 2개월간의 소명기간을 이용해 이런 자사의 입장을 널리 홍보함으로써 그간 경쟁업체들의 회선 사용료 문제로 끊이지 않았던 통신시장의 독점논란에 대해 정면 대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만일 EC의 조사결과 도이체텔레콤의 불공정 경쟁행위가 드러난다면 EC는 이의 즉각적 시정명령과 함께 상당액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더욱이 EC는 이를 근거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도 더욱 강도 높은 유선전화시장 자유화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이나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그간 유선전화회선 임대문제와 관련해 이를 소유한 거대 통신업체들과 여러 차례 신경전을 벌여왔다.
일례로 영국 통신당국은 올해들어 벌써 두 차례나 BT에 회선임대료를 인하하도록 종용했으나 경쟁업체들은 아직도 BT의 임대료가 너무 높다고 불만이다. 프랑스의 중소 통신업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들은 프랑스텔레콤과 그 자회사인 워나두가 유선전화회선을 무기로 인터넷 시장마저 독점하려 든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번 도이체텔레콤에 대한 EC의 조사가 다른 유럽의 거대 통신업체들에게도 강 건너 불만은 아니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