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비밀과학단체 제이슨 `파열음`

 미 국방부 산하기관의 지원을 받아온 비밀 과학단체 일명 ‘제이슨(Jason)’이 새로운 회원 영입을 둘러싸고 기관과 마찰을 빚어 연구비가 중단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제이슨은 엘리트 과학자들이 대부분인 회원의 신상정보가 베일에 가려진 비공개 과학기술 연구단체다.

 제이슨은 지난 1959년에 설립돼 40년 이상 미 연방정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국가안보 문제에 대해 비밀리에 자문해 왔다. 이들 과학자는 핵실험 금지나 생화학 테러 위험의 대비 등 주요 국가정책에 대한 평가자료를 갖고 매년 여름 거의 두달 동안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근처에서 비공개 회의를 가져왔다.

 이번 갈등은 연구비 지원기관인 미 국방부 산하 첨단 국방기술연구 프로젝트국(DARPA)이 제이슨을 정보기술(IT)쪽으로 유도하면서 실리콘밸리 기업 임원들을 새 회원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면서 비롯됐다. 제이슨은 이에 맞서 제이슨의 과학을 기반으로 한 독립적 분석 작업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며 이를 거부하자 DARPA가 연구비를 중단하는 사태로 번졌다.

 특히 전시에는 제이슨과 같은 편견없는 평가가 연방정부에는 절실하다는 게 대다수 과학계 인사들의 시각이다.

 제이슨의 국가안보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는 국가 미사일방어 시스템 및 핵실험 재개의 잠재적 필요성 등 두가지 핵심 문제에서 미 행정부와 견해가 다르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조지프 시린시온 선임 연구원은 “제이슨은 국가적 주요 자원으로 역대 공화당 및 민주당 대통령들 모두 그 자문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면서 “이 그룹은 기술 전문가로서 ‘스타워즈’식 무기에서 방어적 무기의 설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무기에 대한 기술적 평가를 내려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슨 회원들은 이번 갈등이 DARPA 국장이 제이슨에게 3명의 새 위원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한 데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이들 3명 중 2명은 실리콘밸리 기업 임원들로, 한 사람은 인터넷관련 회사 소속이고 다른 한 사람은 컴퓨터 회사 소속이며 나머지 한 사람은 워싱턴 지역 출신의 엔지니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슨은 하지만 이들 세 사람이 주요 연구 업적이나 대학에서의 종신 재직권 확보 여부 등 제이슨의 엄격한 기준에는 맞지 않는 인물이라며 이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DARPA는 제이슨이 올해 초 이들 세사람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자 150만달러의 연간 자금지원 계획을 취소했고 결국 제이슨은 최근 활동위기를 맞고 있다. 제이슨 회원들은 최근 국방부내에서 새 후원기관을 확보하는 데 거의 성공한 상황이지만 아직 정식 연구비 지원 계약이 맺어진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제이슨 회원인 스티븐 블록 스탠퍼드대 교수는 “제이슨은 매우 적극적이고 애국적인 단체로 그 임무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면서 “국제테러 문제로 어느 때보다 서로 단결이 필요할 때 정치적 영향력으로 문제가 야기돼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DARPA측은 제이슨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재정 지원을 끝내게 됐다고 밝혔다.

 DARPA는 “제이슨이 냉전시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었다”면서 “냉전 이후의 기술적 진보가 정보기술을 축으로 움직이고 있는 반면 제이슨은 여전히 물리학에 경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제이슨 회원들은 이같은 주장을 일축하면서 제이슨 소속 과학자들의 40%가 물리학 이외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라고 맞섰다. 블록 교수는 현재 컴퓨터과학, 생물학, 화학공학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들도 많다면서 제이슨이 97년부터 지난해까지 생물학 문제에 대해 10건의 보고서를 내놓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DARPA는 인터넷을 처음 창안한 국방부의 연구기관으로 지난 수십년 동안 제이슨의 주요 후원자였다. 제이슨의 40여 회원들은 대학에서 휴가를 얻어 샌디에이고 북쪽의 라욜라 해변에서 매년 여름 6 ∼ 8주동안 모임을 갖는다. 제이슨은 이처럼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종합적인 회원 명단이 없을 뿐 아니라 제이슨 소속 교수들도 이 일에 대해서는 이력서에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게 관례다. 새로운 세대가 국가안보 문제에 관여할 때가 됐다고 믿는 제이슨은 신규 과학자들이 영입되고 기존 회원들의 경우 65세가 되면 활동이 줄어드는 선임고문으로 자리를 물러앉게 된다.

 시대적 상황과 물리학에서의 남성 지배적 현실로 인해 모두 남성으로만 구성됐던 제이슨은 다른 분야로 뻗어나가면서 회원의 10%를 여성으로 채웠다. 제이슨이 수행하는 연간 20 ∼ 30건의 연구 중 태반은 비밀로 분류돼 그 영향을 가늠키 어려운 실정이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