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고강도 `구조조정` 예고

 “퍼스널컴퓨터(PC),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반도체 같은 문제가 있는 사업에 손을 대겠다. 시장 점유율과 생산성은 높이겠다. 그리고 연구개발, 특히 서비스 소프트웨어 서버 등에 투자를 늘리겠으며 대신 비용은 대폭 절감하겠다.”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인 IBM의 수장으로 지난 3월 1일 부임한 새뮤얼 팔미사노(사진)가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지 두달만에 최근 월가 애널리스트들과 처음으로 만남을 갖고 IBM의 현재와 미래에 관련된 주목할 만한 발언들을 쏟아 냈다.

 이 자리에서 팔미사노는 특히 “연간 10억∼2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향후 IBM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연간 매출액이 870억달러에 달하는 IBM은 지난 1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37%나 감소했으며 또 주가의 경우 올들어 30%나 추락했다. 이 때문에 “루이스 거스너가 이루어 놓은 IBM의 화려한 시절이 간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야냥을 받고 있다. 팔미사노는 8000명에서 최고 2만명까지의 감원설이 나도는 데 대해 “회사 운영의 모든 면에 있어 보다 효율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BM의 골칫덩어리인 PC사업에 대해서는 “비즈니스 모델과 비용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시인하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통망을 거치지 않는 직접판매를 늘리고 있는데 현재 이의 비중이 50%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상황이 더 나빠지면 결국 IBM이 PC사업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팔미사노는 IBM의 반도체사업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 분야를 사랑한다. 우리 자체의 필요성에서 보면 이는 매우 유익한 사업”이라고 강조하며 “하지만 제조능력이 너무 과다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최근 한 투자은행은 IBM이 버몬트 공장을 매각하려 하고 있으며 이의 인수자로 인피니온, 삼성, 대만 반도체업체들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애널리스트들과 40분간 계속된 이날 프레젠테이션에서 팔미사노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향후 두자릿수의 수익률을 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IBM의 앞날은 낙관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이 결국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술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컴퓨터 산업이 구체적으로 언제 회복될지는 말하지 않았으나 “일단 반등을 시작하면 경제 성장률의 2배 이상 속도로 IT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팔미사노는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터넷기술에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며 “IBM은 네트워킹 기술을 통해 기업을 지원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IBM은 상·하반기에 걸쳐 1년에 2번 애널리스트들과 만나 자사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