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정용 게임기 메이커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가 16일 스퀘어의 ‘파이널팬터지11’을 PS2용 네트워크게임으로 내놓고 네트워크 게임 시장 점령을 위한 진군을 개시한 가운데 소니의 최대 경쟁업체 닌텐도도 ‘게임큐브’에서 네트워크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할 방침을 발표해 이목을 끈다.
세계 3대 가정용 게임기 메이커인 닌텐도는 게임큐브에서 온라인 게임이 가능토록 하는 어댑터를 올 여름께 발표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온라인 게임시장 진출에 따른 채산성을 저울질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으나 최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게임큐브에 네트워크 기능을 채택할 것을 요구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닌텐도는 세가의 ‘판타시스타온라인’이 발매되는 올 여름께 초당 56kb의 통신 모뎀을 3800엔에 판매할 예정이다. 한편 닌텐도 자체 내에서도 이미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는 PS2의 최대 히트 게임인 ‘파이널팬터지 시리즈’를 전격적으로 PS2용 네트워크 게임으로 채택해 게임 유저들을 일거에 네트워크 게임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또한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코에이가 올 가을께 ‘노부나가의 야망’을 PS2 전용 네트워크 게임으로 출시하기로 하는 등 기존 히트작의 네트워크 게임 버전 출시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PC가 아닌 가정용 게임기를 플랫폼으로 하는 네트워크 게임이 앞으로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두고봐야 할 것”이라며 대체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게임기를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로 바라보는 닌텐도와 가정 네트워크화의 주역으로서 발전시키고자 하는 소니의 태도 차이에서 볼 수 있듯 양 사의 네트워크 게임사업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구타라기 켄 사장은 지난주 열린 소니 경영방침 발표회에서 “이달부터 PS2의 브로드밴드 네트워크 시대가 열린다”고 전제하고 “한국의 경우 55%의 가정에서 브로드밴드 접속이 가능하고 일본도 올해 내 900만명까지는 안되더라도 수백만명의 브로드밴드 가입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브로드밴드 엔터테인먼트 사업환경은 이미 갖춰졌다. 또 미국 시장도 아직 (브로드밴드 엔터테인먼트 환경이) 미숙하긴 하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표명했다.
또 구타라기 켄 사장은 “PS2 브로드밴드 사업의 개시에 따라 네트워크 시대에 있어서 (PS2 혹은 게임기가) 새로운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서 자리잡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가정용 게임기의 가격인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닌텐도는 이달 초 유럽 시장에 진출하며 게임큐브의 가격을 애초 예상됐던 250유로보다 저렴한 199유로로 결정했다. 이에 대응해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도 이달 중순부터 PS2의 일본내 희망소비자가격 2만9800엔을 오픈가격으로 경신해 소매점에서의 실질적인 가격인하 효과를 노리는 한편, 북미시장에서는 299달러였던 판매가를 199달러로 인하했다. 후발주자로 게임기 시장에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는 X박스의 일본 내 가격을 22일부터 3만4800엔에서 2만4800엔으로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