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계의 최대 화제는 하이닉스의 매각 불발이다. 하이닉스 측의 매각 반대입장과 마이크론의 재협상 포기 방침으로 이 회사는 허공에 붕 뜬 느낌이다. 이런 가운데 이 회사 박상호 사장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강력한 구조조정은 회사를 살리려는 경영자들이 사용하는 전가의 보도와도 같다.
IBM 전 회장인 루 거스너, GE의 잭 웰치 전 회장, 그리고 일본 르노닛산의 CEO 카를로스 곤 등은 그 유난스런 경영혁신 노력과 성과로 화제를 모은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더이상 희망이 없다는 회사의 CEO로 취임해 이를 기적적으로 소생시켰다. 하이닉스의 새삼스런 구조조정 선언 시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할 것이다.
루 거스너는 93년 IBM에 취임한 후 200만달러짜리 딥블루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97년 세계최고의 체스선수인 러시아의 게리 카스파로프와 자사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의 대결을 주선한 내막을 알고 보면 그의 지략에 찬탄을 금치 못한다. 한낱 인간과 기계의 대결로만 비쳐진 이 세기의 대결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던 것이다.
이 행사를 통해 IBM은 당시 업계에서 더이상 필요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자사의 대형컴퓨터가 컴퓨터업계의 주력으로 남아야 한다는 점을 전세계에 각인시키면서 회사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리옹의 도살자’라 불리는 르노닛산의 최고경영자 카를로스 곤은 가차없는 ‘자르기’, 그리고 조달라인의 축소를 통한 경영효율화 노력으로 유명하다. 그는 효율이 떨어지는 공장을 폐쇄하는 극단적인 조치와 함께 부품조달업체 수를 줄이고 조달과정을 단순화해 3년 만에 부채 1조4000억엔 상태던 닛산을 3000억엔 이상의 흑자경영업체로 바꿔 놓았다.
요즘 장안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잭 웰치 GE 전 회장의 얘기도 비슷하다. 그는 직원의 능력을 상위 10%, 중간 70%, 하위 20%로 구별해 최하위에 속하는 20%의 직원을 가차없이 쳐냈다. 언론의 비난을 무릅쓰면서 프랑스 톰슨에 TV사업부를 팔아 의료기기사업부를 강화했고, 항공사업부를 마틴사에 매각했으며,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반도체사업을 과감히 해리스사에 팔아치웠다. 그는 자서전에서 등교하던 그의 아들이 감원당한 직원의 아들에게 얻어맞은 이야기까지 술회하고 있다.
이들의 경영 스토리는 강력한 것이다 못해 무자비하다고 할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이처럼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함으로써 회사는 경쟁력을 찾았고 직원들은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막다른 골목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선언한 하이닉스의 얘기를 통해 우리 기업이 새삼 되새겨 봐야 할 것은 이런 세계적 경영자들의 전략적 판단, 강력한 추진력의 도입과 실천일 것이다.
되짚어보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중고차 같은 회사를 살린 훌륭한 기업인들의 얘기는 많다. 막다른 골목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선언한 하이닉스 뉴스를 접하면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을 여타 회사의 최고경영자들도 이 참에 강력한 경영혁신을 추진해 우량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이재구 정보가전부 차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