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태 이클립스뮤직 사장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면 이런 장면이 있다.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가 교도소 운동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죄수들에게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가운데 아리아 한곡을 스피커를 통해 흘려보낸다. 죄수들은 삭막한 교도소의 운동장에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아리아를 들으며 잠시나마 자신들의 처지를 잊은 듯 만면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바로 음악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아닐까 한다.
어디를 가도 늘 듣는 것이 음악이지만 이같은 음악이 실제 대중들의 귀에 들리기까지는 매우 많은 사람들의 공이 들어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규모 마케팅과 홍보를 하는 가수건 아니면 소규모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이든 거기에는 모든 창작자와 제작자들의 막대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의 비용이 소모된다. 대충 만들어 아무렇게나 내는(물론 질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이겠지만) 음반은 한마디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 모든 인원들이 공생하는 음반시장이 요새 건국이래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고 난리다. 음반 소매상들이 절반 가까이 문을 닫고 있으며 수년 동안 해왔던 회사의 업종을 변경하는 제작사나 개점휴업 상태인 제작사도 부지기수인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였던 세계 음반업계의 2001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10%나 줄었다. 우리나라도 1997년 IMF 이후 꾸준히 증가 일로에 있던 음반 매출 규모가 2000년 4104억원에서 2001년들어 3733억원으로 줄었다.
이런 음반시장 불황의 원인은 무엇일까.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한 개인에 의한 음반 불법복제와 디지털오디오파일(소위 MP3파일)로의 추출 및 불법공유 때문이다. 과거에는 불법음반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더니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현재 바로 이런 요소들이 음반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부각된 것이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기록매체인 CDR(공CD)와 개인용 저장매체인 녹음장치(recorder)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가져왔고 이렇게 가격이 하락된 기록매체와 저장매체는 이들 기계의 대중화를 낳았다.
개인의 음반 불법복제의 경우, 2001년 전체 음반시장에서 1위부터 50위까지 가수들의 총 음반 판매량은 1100만장이지만 이에 비해 공CD의 판매량은 무려 10배에 가까운 1억만장 이상이 팔렸다는 2001년 통계청의 자료에서 보듯이 이미 우리의 상식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여기에 소리바다와 같은 대표적인 데이터오디오파일의 불법유통이 가능한 서비스와 난무하는 불법 MP3 사이트들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음반을 사기보다는 무료로 다운로드하도록 유혹하고 있다. 실제 음반이 발매된 후 그날로 음반에 수록된 전곡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요즘 청소년들의 경우 음반을 제값을 주고 사는 것은 어리석게 여겨지게 된 것이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음반산업 자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막을 수도 없다. 처음에 CD라는 매체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불과 20년 가까이 지난 현시점에서 LP라는 매체는 사라졌다. 일부 테크노 또는 힙합 관련 마니아층들에서나 소비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처럼, 그리고 레코드점에 가서 음반을 살 때처럼 인터넷에서 음악을 사도 그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준 사람들에게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짜로 어디에서건 다운로드할 수 있는데 누가 돈을 내고 다운로드할 것인가. 바로 여기에 우리 음반업계가 소프트웨어의 보존을 위해 연구하는 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과 함께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가 있다. 그래야 음악을 만들고 제작하는 사람들도 계속해서 새로운 음반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