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익살스런 자사 PR효과 있을까?

 -튀는 통신 벤처 알렉그로네트웍스

 통신장비 회사들이 요즘 침체에 빠진 통신산업 비전을 홍보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이들은 기자와 주주들에게 “경기가 어렵지만 우리는 예외”라거나 “언제인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 회사 제품이 필요한 날이 꼭 올 것이다” “경기 하강세가 체질을 튼튼하게 해줘서 좋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런 판에 한 네트워킹 신생사 최고경영자(CEO)의 튀는 듯한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다음달 초 애틀랜타에서 열릴 통신산업 최대 전시회인 슈퍼컴에서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겠다고 호언해 온 알레그로네트웍스의 데이브 하우스 CEO는 자필 서명한 자사 홈페이지내 인사말에서 “통신산업은 죽었다”며 “통신붐은 107년간 지속됐으나 이제 사람들은 더이상 통신같은 것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충격적 발언을 쏟아냈다.

 통신산업의 부정적 면을 떠벌리는 것이 마케팅면에서 역효과를 낼지 모르나 알레그로는 자사 마케팅 활동 전반에 흐르고 있는 세련된 유머와 놀라운 개그가 소규모 신생사인 자사에 대한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회사 데이비드 칼리시 이사는 “알레그로는 남보다 유리한 고지를 찾고자 한다”며 “이러한 ‘지적 경쟁력’이 있는 마케팅이 그러한 고지 가운데 하나”라고 언급했다. 이 회사는 하우스 CEO를 포함한 투자자들로부터 9000만달러 가량을 지원받았다. 특히 하우스 CEO는 인텔과 베이네트웍스, 노텔네트웍스에서 고위직을 두루 지낸 경력이 있어 반드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이들 대기업과 좋은 인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수는 160명이고 이들은 현재 기업 네트워크 운영방식을 바꿀 라우터를 개발중이다. 알레그로는 요즘 네트워킹 신생사가 그렇듯 고객들의 낮은 관심과 자금 부족, 길어진 투자 회수 기간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회사는 그러나 남보다 튀어보이기 위해 파격적인 전술을 거리낌없이 구사한다.

 대부분의 네트워킹 업체들이 최소한 대중 앞에서만큼은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알레그로는 대형 경쟁사인 시스코시스템스와 주니퍼를 회사 로고가 붙은 모자를 쓴 한 쌍의 고릴라로 묘사하는 등 파격과 익살을 일삼고 있다. 오랜 동안 여러 기업을 인수해 온 시스코가 알레그로시스템스라는 회사를 인수했을 때 칼리시 알레그로 이사는 “알레그로네트웍스가 발표할 내용이 전무하다”는 말도 안되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이 보도자료는 “알레그로시스템스나 알레그로마이크로시스템스, 알레그로뮤직, 알레그로리조트, 알레그로메디컬, 알레그로컨설턴트, 알레르기약 알레그라가 아닌 바로 알레그로네트웍스가 시스코시스템스에 인수되지 않았다”고 빈정거렸다.

 알레그로의 이러한 익살스런 자사 PR 전략이 과연 성공하고 있는 것인가.

 현단계에서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설립 2년밖에 안된 이 회사는 지난 10일 처음으로 고객에게 시험용 장비를 인도한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같은 규모의 경쟁사에 비해 언론의 관심을 더 많이 받았다고 자랑할 수준도 안된다. 일부 고객이 알레그로의 뜻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유머감각이 직접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알레그로는 지난해 자사 마케팅 스타일을 재정립하는 차원에서 회사 로고를 날카롭게 보이는 선이 알레그로네트웍스란 글자를 종단하는 모양으로 바꿨다. 새 로고에는 또 네트웍스란 단어가 위아래 및 좌우 방향으로 뒤집어 적혀 있다. 이는 이 회사가 네트워킹을 평범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다. 데이비드 진스버그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이 로고를 좋아하든지 싫어하든지 둘 중 하나지만 어느 쪽이 됐건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레그로의 기발한 PR에 대해 경쟁사들의 반응이 좋지 않게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 PR 회사인 플라이시먼-힐라드의 마이클 버슬렌 회장은 “통신산업이 죽었다고 말했다고 해서 동료 의식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새너제이 무선장비 회사인 LGC와이어리스의 타일러 블레진스키 대변인도 “LGC와이어리스 같으면 그런 말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알려져야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고 지적했다. 사실 일단 튀고 보자는 식의 유머와 익살은 닷컴 초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션스 벤처 투자자는 “파격적으로 PR하던 기업을 지난 2 ∼ 3년 동안 많이 보았지만 이들은 대부분 파산했다”며 “파격적이라는 점이 좋을 때도 있으나 남들로부터 진지하게 취급받아 존경받고 싶은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우스 CEO의 마케팅 감각은 특출나다. 그는 인텔 중역으로 재직할 때 ‘인텔 인사이드’란 유명한 슬로건을 만들어 냈으며 베이네트웍스 사장으로 있을 때는 통신장비 회사로는 최초로 TV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