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기술수요조사 중요성

 ◆이효은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연구기획팀장(경제학박사) helee@iita.re.kr

 

 오늘날 세상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술의 발전에 의해 우리의 경제와 삶이 지배 받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물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기술력보다 더욱 종합적인 능력을 의미하고, 더 나은 기술이 더 많은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력은 분명히 많은 것을 가져다주는 풍요의 열쇠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개인이나 기업, 국가는 경쟁관계에 있는 개인이나 기업, 국가에 비해 우월한 기술을 보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남보다 앞선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단축되다 보니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의 경제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여 기술의 기대가치를 감소시키고, 기술의 융합화·복합화 현상은 기술개발의 실패위험과 개발비용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치열한 표준경쟁은 아직 기술적·정치적 강대국들이 주도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상대적 위상을 고려해 볼 때 불리한 것이 분명하다.

 또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투자비는 일본의 10% 미만, 미국의 5% 미만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우리가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보다 나은 연구개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선진국에 비해 보다 치밀한 기술전략을 추구해 연구개발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하는 것이다. ‘기술선도국들이 중요시여기는 분야이므로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므로 우리도 투자해야 한다’는 방식으로는 백화점식 개발의 관행을 벗어날 수 없고 자연히 효율극대화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장가능성’이라는 외부적 요소와 ‘우리의 핵심역량과 의지’라는 내부적 요소가 일치하는 영역을 찾아내 집중적으로 키우는 차별적 육성전략이 요구된다.

 파이는 크지만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도저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분야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강점이 입증된 분야나 해 볼만하다고 판단되는 분야는 집중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선택이란 위험이 수반되는 어려운 일이므로 체계적인 기술기획을 거쳐 산학연 등 이해당사자가 컨센서스를 이루도록 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기술기획작업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산업현장에서의 기술수요다. 기술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기술수요조사는 통상 산·학·연 및 정부를 대상으로 시행되는데, 국가적으로 확보하여야 할 기술을 기술의 수요자 또는 공급자를 대상으로 파악하는 과정이다. 기술수요에는 기술 실수요자가 개발 되기를 원하는 기술정보뿐만 아니라, 기술공급자의 입장에서 공급이 가능한 기술의 정보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현실적인 제약조건으로 인하여 기술기획과정에 제한된 수의 전문가만이 참여함에 따르는 한계를 광범위한 전문가가 제시하는 수요를 통해 보완하는 역할도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기술수요조사는 연구개발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다수의 정부부처에서 매년 또는 격년제로 실시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매년 정보통신기술개발과제 발굴을 위하여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을 통해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매년 2분기는 정보통신기술수요조사가 이루어지는 시기다. 올해에도 조만간 기술수요조사가 공고될 예정이다. 참여자의 작성부담 경감을 위하여 양식을 최대한 간소화할 계획이고, 기획보고서 송부 등 미흡하지만 보상도 제공할 계획이다.

 그동안 산업체에서는 상대적으로 참여율이 저조했다. 그러나 산업일선의 현장밀착형 수요가 활용도 높은 과제발굴에 크게 기여 하기 때문에 산업 현장의 기술 담당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인 수요조사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기술수요조사 참여는 정보통신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또 하나의 애국의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