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고 또 내릴테니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
세계 최강의 비디오 게임기 업체인 소니가 E3엑스포 개막에 앞서 플레이스테이션(PS)2 타이틀의 권장 판매가를 49달러에서 39달러로 대폭 낮춤에 따라 이번 행사의 최대 관심은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 등 경쟁 업체들의 대응 조치로 몰릴 전망이다.
소니는 이번 타이틀 가격 인하에 앞서 지난주 게임기인 PS2의 가격을 299달러에서 199달러로 낮춘 바 있다. 이는 MS가 유럽에서 지난달 X박스 가격을 479유로에서 299유로로 40% 가량 인하한 데 따른 역공세였다.
소니의 이같은 극약 처방은 우선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MS와 닌텐도를 막판까지 몰아넣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MS와 닌텐도는 각각 X박스와 게임큐브 하드웨어 판매 부문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MS의 경우 소니의 가격 인하에 대응해 X박스의 가격을 제조단가인 375달러에 훨씬 못미치는 199달러로 낮추었다.
모건스탠리는 MS가 X박스 부문에서 10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2004년께나 손익분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닌텐도 역시 게임 큐브의 미국내 판매가를 199달러에서 149달러로 낮출 계획임을 밝혀 하드웨어 부문의 손실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MS와 닌텐도 등은 하드웨어 부문의 손실을 타이틀 부문에서 만회한다는 전략이지만 소니의 이번 타이틀 가격 인하 조치는 이조차도 여의치 않게 됐다.
궁지에 몰린 MS가 이제 기댈 곳은 온라인 부문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MS는 일단 온라인 부문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X박스는 자체에 광대역 모뎀이 내장돼 있으며 최근 온라인 게임 서비스인 ‘X박스 라이브’에 대한 10억달러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소니 역시 오는 8월 PS2를 인터넷에 접속시켜줄 39달러짜리 별도 모뎀의 판매에 들어가며 세계적 비디오게임 타이틀 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 등 든든한 후원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렉트로닉아츠는 현재 PS2를 위한 온라인 게임 공급 계획을 밝혔지만 X박스 라이브에 대한 지원 계획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소니의 타이틀가 인하로 미 일렉트로닉아츠·액티비전·THQ·프랑스 인포그램 등 주요 서드파티 게임 개발업체들도 가격 조정을 단행해야할 입장에 놓이게 됐다.
어쨌든 소비자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 덕분에 게임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됐지만 게임 시장은 칼자루를 쥔 소니의 의도대로 흘러가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로스앤젤레스=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