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정보시스템 감리는 정보화 지킴이

 ◆곽용구 씨에이에스/골든터치 사장

 

 정보시스템 분야의 감리는 신뢰와 권위를 전제로 이뤄져야만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전산원을 비롯해 정보시스템감리법인들의 주도 아래 정보시스템 감리가 본격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한 지도 상당한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신뢰와 권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할 정보시스템 감리 분야가 일부 감리법인들의 납득할 수 없는 행태로 인해 상당히 변질돼 가고 있다고 한다.

 정보시스템 감리의 주요 대상인 시스템통합(SI)이나 시스템관리(SM) 또는 시스템운영과 같은 사업은 규모와 조직, 품질, 기술, 효율 등을 추구한다. 하지만 정보시스템 감리는 그 자체가 정보사회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자부심에서부터 출발한다. 때문에 정보시스템 감리사 개인적으로는 회계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인으로서의 소양과 자질이 갖추어져야 하고 감리조직은 이 기능이 갖는 사회적 사명감에 충실해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의 정보시스템 감사는 경영이나 감사의 확장 차원에서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발전했다면 우리나라의 정보시스템 감리는 마치 건설부문의 감리와 같이 비교적 기술적 관점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정보시스템 감리는 기술적 관점을 넘어 분명 사회의 한 기능으로서 인정받아야 하며 최소한 일반감사나 회계감사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사회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정보시스템 감리의 비전이나 다름없다.

 그러한 위상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할 주체가 다름아닌 정보시스템 감리법인들이다. 그리고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당 주체들은 끊임없이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며 한 차원 높은 관점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와 섭렵을 달성해야 하며 공정해야 하고 또 진정으로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그러한 노력의 핵심에는 결국 유능한 전문인력이라는 요소가 자리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재의 정보시스템 감리주체들은 어떠한가. 국내 감리주체들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완전한 제도의 틀 속에서 안주하며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기술감리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보안이나 운영감리와 같은 영역으로의 확대 발전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감리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서도 크게 노력하지 않는다.

 감리비가 적다고 아우성 쳐왔지만 가이드라인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낙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추세를 수용하고 분석, 평가할 수 있는 유능한 젊은 인력은 충원하지 못하고 덤핑을 주도하는 영업 인력의 확보가 사업의 관건이 된 지 오래다.

 결국 고급의 품질과 권위가 아닌 저급한 영업만이 살아 있다. 사회적 기능은 없고 비즈니스만 있다. 틀에 박힌 감리보고서는 몇 년이 지나도 변한 것이 없으며 감리를 받는 젊은 기술자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는 커녕 핀잔이나 심지어 감리거부를 당하는 경우마저 발생하고 있다. 감리 무용론이 이곳저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보시스템 감리는 올바른 정보화를 위한 새로운 기능이다. 새로운 기능은 새 모델 속에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능도 모델도 모두 망가지고 만다. 이제부터라도 감리 주체들은 새 목표와 분야를 설정하고 유능한 인력을 확보해 뛰어야 한다. 세간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하루빨리 혁신해야 만이 파국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