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낮뜨거운 `업계 최초’

 요즘들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간(B2B) 거래 시범사업의 일부 주관사업자를 만나다 보면 ‘최초’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우리 업종에서 처음으로 적용하는 겁니다” “우리 업종이 최초로 시작할 예정입니다”란 말에 힘을 주는 곳이 늘고 있다.

 그런데 이 최초란 것이 며칠 후에는 어느 업종이나 진행할 사업이란 점에서 간혹 낯뜨거운 느낌이 들 때도 없지 않다.

 단순 홍보 차원이라고 이해하면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다. 지난 한해동안 열심히 추진해온 결과물이 나올 시기니 많이 알리고 싶었을 테고 이 기회에 자신의 업종이 가장 두드러졌음을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런 과정을 통해 1, 2차 결과물이 업계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를 듣다보면 순진하게 드러나는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갑작스레 홍보에 열을 올리는 사연을 들어보면 대강 이렇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우수 B2B시범사업 주관기관을 ‘e비즈리딩센터’로 지정하고 타 업종에 비해 재원을 차별화해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호 업종간 경쟁력을 높여 시범사업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것이 그 취지라고 한다. 그러니까 일부 시범사업 주관기관은 바로 이 대목에 집착해 e비즈리딩센터로 지정받기 위해 낮뜨거운 ‘최초’라는 말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말로만 외쳐대는 ‘최초’가 통용되던 시기는 지났다. 당장 IT업계로 눈을 돌려 일부업체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아무리 우겨도 해외로는 나가보지도 못하고 국내시장에 머물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봐도 그렇다. 소규모 자금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그 어려움이야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주관기관들은 떳떳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이른바 ‘아날로그’ 마인드와는 분명히 달라져야 할 B2B업계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기본에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진행할 사업을 ‘최초’라고 어거지로 우겨대는 대외홍보는 빛을 발하기 어렵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