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정태명(tmchung@ece.skku.ac.kr)
사이버 공간이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사이버 공간은 이미 그들의 생활터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세부터 20세까지의 우리나라 청소년 중 98%가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통계를 인용하지 않아도 이제 인터넷이 없는 그들의 생활은 ‘불’이 없는 인류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 인터넷은 청소년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사이버 공간이 가져오는 피해 역시 그대로 간과할 수는 없다.
사이버 공간은 다양한 형태의 간접 경험을 제공하는 정보의 창고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귐과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과 함께 어쩌면 한 걸음 먼저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은 인터넷이 가져오는 역기능일지도 모른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유해정보에 의한 청소년 문화의 파괴일 것이다. 포르노와 같은 음란 정보를 포함해 스팸메일, 지나친 폭력물, 개인의 사생활을 해치는 거짓 정보뿐 아니라 자살사이트 등을 통해서 제공되는 유해정보는 이미 여러번 사회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전자상거래’를 패러디한 ‘전자성거래’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났으며 이러한 거래의 대상이 청소년이라는 사실도 우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또 다른 피해는 인터넷 중독으로 인해 자신을 잃어버리고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다. 이미 인터넷 혹은 게임 중독으로 사망하거나 생활의 균형을 잃어버린 경우가 여러번 기사화된 바 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게임에 몰두해 학업을 등한시하는 경우는 다반사가 되어 버렸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이버 범죄의 유혹에 대한 노출 가능성이다. 경찰청의 보고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을 통한 신종 범죄행위(전산망 침해, 바이러스 유포, 음란물 배포, 통신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이 중 많은 부분이 청소년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이 행위가 범죄인지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이버 사회에서 최선의 공격은 개방하는 것이다. 억압하고 죄악시하는 환경을 탈피하고 양성적으로 역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거의 ‘안된다’ 혹은 ‘하지 말아라’ 라는 교육을 통해 우리의 청소년들을 가르쳐 왔다. 가장 밑천이 들지 않는 교육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 이러한 방법은 쉽게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개방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해라’ 혹은 ‘된다’라고 가르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와 변화가 필요하다. 할 것을 만들어 주어야하고, 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 사이버 놀이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하고, 크래커를 건전한 해커로 변화시켜야 하며, 무엇이 왜 필요한지, 어떤 것을 왜 피해야하는 지를 청소년들에게 정확하게 교육해야 한다. 이에 앞서 어른들이 먼저 인터넷을 배우고 또한 청소년 문화를 배워야할지도 모른다.
국가는 정책적으로 청소년 문화에 과감하게 투자해야한다.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을 조성함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청소년들이 더 나은 사이버 사회를 구성할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얼마 전 정부는 ‘콜라텍’을 만들어 청소년을 유치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이는 지저분한 방 한 구석에 칸막이를 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아쉬울 때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공간에서 기성세대와 청소년이 함께 어울어지는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 스스로가 사이버 문화의 주인이 되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 청소년은 자신의 미래가 청소년의 시기에 결정되는 사실을 미리 알고 이를 위해 필요한 일과 필요치 않은 일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하며, 이러한 교육은 기성 사회가 담당해야 한다.
21세기는 사이버 공간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다. 청소년은 미래 이러한 사이버 사회의 주인이 될 것이며, 사이버 공간은 무한 경쟁의 특성을 가지고 이들에게 도전해 오고 있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러한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청소년 스스로가 사이버 공간의 순기능과 역기능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이에 적응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지만, 기성사회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여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