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비즈니스 쇼를 직원들의 해외연수 기회로 활용할 생각이다’. 아시아 최대 비즈니스 쇼인 ‘비즈니스 쇼 2002 도쿄’에 참가한 한 한국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은 이번 행사에 부스를 마련한 50여개 외국업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0여개 업체가 참여해 외국업체 중 단연 돋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행사 주최측의 배려도 곳곳에 배어났다. 한국관은 일본 거대 통신3사 전시장을 지나면 바로 연결되는 곳, 그리고 행사장 입구에 각각 설치됐으며 한국관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다른 국가보다 눈에 띄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바이어와 관람객의 발길은 한산하기만 하다.
이는 참여업체와 이들을 이끌고 간 단체의 준비소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내놓기는커녕 태연자약한 모습이다.
한 참여업체 관계자는 “처음부터 정확한 행사의 성격을 알지 못했다”며 “어차피 큰 성과를 기대한 것이 아니어서 해외 바이어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실전연습이나 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관을 주관한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출품업체의 부스 비용 가운데 70%와 업체 통역비용, 팸플릿 제작비용 전액을 지원했다. 따라서 쇼와 자사제품의 성격에 맞지 않더라도 참가해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한 업체도 적지 않았다. 결국 출시 제품이 일관성 없는 한국관은 관람객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기업의 진출이 용이하지 않은 일본에서 열리는 비즈니스 쇼는 일본에 국내 중소기업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기회다. 이미 일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사옥이 시내 중심가에서 점차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적지 않은 정부자금이 지원된 이번 비즈니스 쇼 도쿄의 한국관이 참여업체들의 직원 연수용으로나 쓰인다면 혈세와 인력 낭비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과 같은 업체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정부의 ‘전시행정’은 마땅히 지양돼야 한다.
<디지털경제부·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