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 게임 제작기술과 디자인

 ◆이정근 디지털드림스튜디오 대표 jglee@ddsdream.com

 

 얼마 전 PS2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발매되기 시작할 때 TV에서 PS2 광고를 보고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일본 및 해외에서 방영되는 광고의 내용과 달리 국내 실정에 맞는 광고 컨셉트로 전략을 선회, PS2는 가정에서 비디오 게임과 DVD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가전제품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제작해 방영한 것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누적판매수 3000만대(2002년 5월 기준)를 돌파한 단일 엔터테인먼트 기종으로 가장 많이 팔린 PS2임을 생각할 때 다소 의외의 전략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공부방에 있는 PC나 PC방의 PC앞에서 즐기는 게임문화에 익숙할 뿐 일반 가정의 거실에서 온 가족이 즐기는 비디오 게임 문화에는 익숙지 않은 사실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PS2의 국내 진출의 의미는 PC라는 매체를 이용해 음지에서 게이머들로부터 사랑받아 오던 컴퓨터 게임을 온 가족이 자리잡고 있는 거실로 내놓았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 제작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내에서 사랑받고 있는 게임의 장르를 살펴보면 온라인 게임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RPG(Role Playing Game)를 빼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혼자서 PC앞에 앉아 PC와 혹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른 게이머와 씨름하며 게임을 즐겨왔던 것이다.

 비디오 게임이 거실로 나와 TV에 연결되면 이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비디오 게임을 즐겨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도 즐거워야 하며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이러한 비디오 게임을 제작해 본 전문 제작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까지 비디오 게임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며 게임을 제작하는 인력도 이러한 마니아적인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 현실이다.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2개로 구분하면 게임 제작 기술과 게임 디자인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 제작진들의 게임 제작 기술은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특히 온라인과 관련한 기술과 최근들어 부쩍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실시간 3D 게임 기술은 전세계 제작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는 ‘오픈 아키텍처’ 영역인 PC게임과 온라인 게임뿐만 아니라 ‘클로스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비디오 게임에서도 통하는 실력이다. 여기에 PC 제작경험까지 갖춘 데다 쉽게 제작할 수 있는 X박스가 등장하면서 국내 제작진들의 비디오 게임 영역으로의 진출이 더욱 쉬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게임 디자인은 크게 양상을 달리한다. 앞서 지적한 모든 사항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출시될 때마다 전세계적으로 100만장 이상을 쉽게 돌파하는 일본의 몇몇 게임을 살펴보면 게임 디자인에서 무한한 창의력과 풍부한 게임성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단지 몇몇 게임 개발자의 몫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비디오 게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비디오 게임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져야 가능한 이야기다.

 ‘PC게임은 30㎝ 게임이고 비디오 게임은 3m 게임이다’는 말이 게임 디자인에 대한 확연한 시각 차이를 설명해준다. PC게임은 모니터에서 30㎝ 떨어진 곳에서 혼자 즐기는 게임이고 비디오 게임은 TV에서 3m 떨어진 곳에서 모두 같이 즐기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비디오 게임기의 대표 제품인 PS2, X박스, 게임큐브가 공히 표방하는 ‘가전제품으로서의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실현된다면 비디오 게임은 따로 떨어진 문화가 아닌 일반 가정 내에서 살아 숨쉬는 문화가 될 것이 확실시 된다.

 국내 게임 제작자들의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무한한 상상력과 풍부한 게임성을 가진 게임 디자인은 곧 일본과 미국이 잠식하고 있는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을 탈환하고 세계 비디오 게임시장에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근간이며 기본적인 모태가 되리라는 점을 인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