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전자제품의 디자인과 상표를 그대로 베낀 중국산 제품의 범람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중국산 제품의 범람으로 인해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디지털 기술로 세계 정상에 다가선 국산 전자제품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 차별화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니 걱정이다.
뿐만 아니라 1년 이상의 연구개발을 통해 내놓은 냉장고·에어컨·세탁기·전자레인지 등 한국산 전자제품을 카피하는 중국업체가 늘어나는 추세고 일부 업체의 경우 국내 유명회사의 로고를 부착한 모조품 이동전화단말기용 배터리팩까지 버젓이 생산, 판매할 정도라고 한다. 이로 인해 우리의 제값받기 수출전략이 차질을 빚을 정도라니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실제로 한국산 전자제품을 모방하는 중국 현지업체는 수두룩하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조차 LG전자의 디오스냉장고 디자인을 100% 모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중국업체들이 국내제품을 그대로 본떠 생산한 제품이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국내시장에 반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말 국내 S백화점에서 경품으로 제공한 LCD 전화기가 삼성의 디자인을 복사한 중국제품이었던 것이 방증하듯 중국업체의 한국제품 베끼기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우리의 디자인 경쟁력이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나타난 중국업체의 디자인 베끼기를 초기에 진화하지 않을 경우 백색가전에 이어 디지털TV 등 고가 정보가전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중국업체의 디자인 베끼기는 한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일본의 경우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기업의 30% 이상이 디자인과 기술을 도용당했다고 한다. 독일과 영국의 통관당국은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들어 중국산 DVD플레이어를 압류한 바 있으며, 필립스·히타치·도시바·소니 등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DVD플레이어가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복제가 만연한 것은 중국 현지업체와의 협력 및 진출확대 등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불법복제 근절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나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아 국내 의장권 침해기업에 대한 수입제한 방안을 검토하는 등 그동안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단순히 디자인을 베끼거나 브랜드를 도용해왔던 중국업체의 불법복제 수준이 최근들어 특허를 받은 기술과 디자인으로 확대되는 등 도를 넘고 있다. 최근들어 중국의 지적지산권 침해에 대한 세계 각국의 압력이 강화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가 공들여 개발한 전자제품의 디자인과 상표를 그대로 카피한 조악한 제품이 범람하면 기업과 국가이미지가 훼손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모방제품과 차별화할 수 없어 이제 겨우 정착되고 있는 우리 제품의 제값받기 전략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불법제품의 범람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될 일이다. 중국 정부와의 마찰을 우려해 우리의 소중한 지적재산권이 침해당하는 현실을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중국에 이의 근절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일본 등 피해국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불법복제를 근절토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