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민영화 이후](5·끝)두 공룡의 힘을 막아라

 

 통신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자웅을 겨루던 KT와 SK텔레콤이 지분을 상호 보유함으로써 불편한 ‘혈맹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KT의 최대주주로 자리잡은 SK텔레콤이 경영권을 어떻게 장악해 나갈 것인가와 함께 정부와 KT의 경영진이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에 세인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이처럼 관심이 KT의 경영권 향방에 쏠려 있으나 양사가 상호간 안정성 확보를 위해 막후 담합을 할 가능성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영권 확보가 장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의 법·제도상으로는 쉽지 않다. 양사는 당장 경영구조를 놓고 다투기보다는 상호간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영 KT의 최대목표는 경영 효율화=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KT의 설비투자금을 적극 활용, 자금을 테헤란밸리 벤처로 흐르게끔 물고를 터줬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초고속인터넷(ADSL) 붐을 일으켜 국내 통신장비업체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고 현재와 같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인프라를 갖게 됐다.

 정부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KT의 최대주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의 이같은 입김이 미칠 것으로 보기 힘들다. 실제로 이상철 KT 사장은 부임 초기부터 경영효율화를 최대 목표로 삼았다. 이 사장의 목표대로 민영화 이후 KT는 경제파급 효과보다 주주들의 이익이 앞서게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진단했다.

 ◇SK텔레콤, 창고를 다시 채워라=SK텔레콤도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SK텔레콤의 현금 상황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KT 지분 매입에 무려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여해야 했다. 엄청난 자금이 묶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당분간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익이 많이 나고 있는 2세대 기반의 각종 서비스를 최대화해 이익을 뽑아낸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현상황 유지를 위해서는 KT측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만일 SK텔레콤이 현상황에서 안주할 때 KT가 차세대형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 경우 SK텔레콤의 미래는 불투명하게 된다. KT와 SK텔레콤 모두 현상황 유지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올려야 그 다음 단계에서 다시 일전을 벌일 수 있는 형국이다.

 ◇차세대투자에 소극적일 듯=이런 상황에서 KT와 SK텔레콤은 현상 유지를 원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최대 투자처인 두 회사가 이러니 당연히 차세대형 투자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게 된다. SK텔레콤은 내심 2㎓ 대역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인 SKIMT의 상용 서비스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cdma2000 1x EVDO 등을 도입, 2세대 네트워크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매년 1조원 이상의 수익성을 유지하길 원한다.

 KT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이 유무선통합 시장에서 KT의 영역을 보장해주면서 차세대로의 속도를 늦추게 되면 VDSL·NGN 등 새로운 투자를 연기할 여유가 생긴다. 민영화 이후 엄청난 수익성을 내는 KT를 보여주기 위해 SK측과의 밀월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통신업계의 우려다.

 ◇정부의 역할=정부는 지난 22일 KT와 SK텔레콤은 지배적 사업자로 재지정했다. 민영화 KT와 KT 대주주인 SK텔레콤 모두를 ‘규제’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KT와 SK텔레콤이라는 거대 공룡을 통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양사가 공통된 견해로 여론을 움직일 경우 정부가 이들의 논리를 막아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통신 독점 방지에 무게 중심을 둔 정책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

 후발사업자 및 통신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KT와 SK텔레콤의 담합 여부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제출된 향후 투자계획 실행여부를 꼼꼼히 감시해야 할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양사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통신회사 임원은 “정부가 순진하게 ‘시장에 맡긴다’는 말을 하면서 수수방관하면 결국 두 공룡의 야합에 의해 시장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며 정책을 정책답게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