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동통신서비스업체들이 통신 환경의 변화에 맞춰 새 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일본 이동통신시장에 고착됐던 1위 NTT도코모, 2위 KDDI, 3위 J폰이란 공식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요동치는 등 이동통신시장이 변환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동전화 일본내 보급률이 60%(PHS 포함)에 이르러 더 이상 신규 가입자 증가에 기댄 성장전략을 구사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각 사는 제 3세대이동통신서비스(3G) 및 각종 부가서비스를 통한 차별화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사용자 1인당 월간 이용료지수(ARPU)의 경우 NTT도코모가 지난해 기준 8480엔으로 전년대비 2.0% 하락하는 등 KDDI, J폰 역시 각각 6.8%, 10%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새 환경에 따른 새 서비스 수립에 힘을 모으고 있다.
◇J폰 만년 3위일 순 없다=지난달 초 J폰은 일본 이동통신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내보였다. 전기통신사업자협회가 4월 5일 발표한 3월말 기준 이동전화 서비스 계약자 수에서 처음으로 만년 3위 자리에서 2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J폰은 계약자수가 전월대비 31만3800건 증가한 1223만2000건에 이르며 1221만4200건의 KDDI(전월대비 17만4600건 증가)를 제쳤다.
원동력은 휴대폰의 내장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송신할 수 있는 ‘샤메일(사진메일)’ 서비스의 인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서비스는 2000년 11월 첫 개시 후, 지난해 6월 대대적인 선전 공세와 함께 인기몰이를 시작해 올 3월에는 짧은 동영상을 찍어 보내는 ‘무비샤메일’ 시판으로 이어져 한달새 무려 11만5000대가 팔렸다.
이에 비해 KDDI는 작년 12월부터 위성을 통한 위치정보기능을 가진 GPS 단말기와 동영상의 수신·재생이 가능한 무비 단말기를 투입했지만 열세를 만회하지 못했다.
J폰은 이에 따라 성급한 3G 서비스 개시를 자제하고 현행 ‘무비샤메일’의 인기를 무기로 수익성을 우선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최근 올 12월로 3G서비스 개시시기를 연기했다. 또한 서비스 개시 후에도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는 서비스 권역 확대는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KDDI 3G로 주도권을 넘본다=이번달 초 전기통신사업자협회 발표에 따르면 KDDI는 4월말 기준으로 다시 2위로 복귀했다. J폰 ‘무비샤메일’의 인기를 누른 것은 지난달부터 개시한 ‘cdma2000 1x’ 서비스다. 한달새 33만4100대의 계약을 획득하며 KDDI는 전체 셰어 2위 자리 탈환은 물론, 3G 서비스 부문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10월 WCDMA방식 3G서비스인 포마를 시작한 NTT도코모는 반년이나 먼저 서비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계 10만5500대에 머물러 일시에 2위로 밀려났다.
KDDI의 선전은 단말기의 가격이 포마에 비해 반 이하인데다 ‘KDDI의 au단말기가 더 가볍고 쓰기 편하다’는 일반의 인식 확산에 기인한다. 여기에다 cdma 1x는 2G의 cdmaOne과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KDDI는 내년 봄까지 전국 대부분의 지역을 3G서비스 권역으로 넓혀가는 한편, 내년 중에 cdma 1x EVDO 서비스를 개시할 방침이다. KDDI측은 cdma2000 서비스는 기존의 cdmaOne서비스의 인프라를 유용할 수 있어 인프라 구축비용이 NTT도코모의 WCDMA방식보다 20%대 수준에 머무른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실제 지난 2001년 회계연도에 NTT도코모가 2G 인프라 투자를 포함해 1조322억엔을 쓰고 올해 9600억엔, 내년 1조910억엔을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인데 반해 KDDI는 지난 회계연도 2230억엔, 올해 2090억엔, 내년 2240억엔 등으로 낮은 수준이다.
◇NTT도코모 그래도 1위는 부동=4월말 기준으로 NTT도코모 이동전화서비스 가입자수는 4105만6000건으로 일본내 전체 셰어의 약 60%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다.
NTT도코모는 최근 두 종류의 단말기 ‘SH251i’ ‘504i’를 잇따라 시장에 내놓고 J폰과 KDDI에 맞서고 있다. ‘SH251i’는 J폰의 ‘샤메일’과 같이 사진을 찍어 송신할 수 있도록 한 카메라 내장 단말기다. 이번 단말기는 J폰에 ‘샤메일’ 단말기를 출하해온 샤프의 작품으로 제품 성능면에서 전혀 J폰에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04i’는 데이터 전송속도를 초당 28.8 를 구현한 단말기다. 기존 단말기가 초당 9.6 였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3배 빠른 속도다. NTT도코모는 이 두 단말기를 무기로 J폰, KDDI에 각각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NTT도코모는 지난 4월 3G 서비스 권역을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하는 한편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 통해 내년봄까지 전국의 약 90% 지역에서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는 방침이다. 매년 약 1조엔의 인프라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공룡 NTT도코모의 저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