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도쿄 빅사이트 전시홀에서 열렸던 ‘비즈니스쇼 2002 도쿄’가 지난 24일 막을 내렸다.
장기 불황 탓에 지난해에 비해 규모가 축소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으려는 일본내 관람객들의 발길은 여느해 못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무선통신에 치우쳤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지만 일본내 IT 비즈니스 모델 트렌드를 보여주는 등 나름대로 전시회로서의 역할을 했다.
○‘미스터 엔’의 기조연설(사진)=대장성(현 재무성) 재무관 시절 ‘미스터 엔’으로 명성을 얻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대학 교수는 특유의 직설적인 논조로 일본 정부를 비난해 이목을 끌었다.
사카키바라는 “일본은 중국보다 사회주의적 성격이 농후해 도대체 경쟁이란 논리가 먹히질 않는다”며 “(글로벌 경쟁시대에) 일본 문부성은 중등교육에 (학생간 경쟁을 줄이는) ‘유토리교육’을 내세우는 등 정신나간 짓을 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또 “이대로 가다가는 20∼30년 후에 ‘20세기에 번영했던 조그만 섬나라가 있었다’는 얘기가 회자될 날이 오고야 말 것”이라며 “경제구조를 변화시켜야 일본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카키바라는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경제구조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한국을 일본보다 더 높게 평가한다”며 “경제구조 개혁을 실행하지 않으면 앞으로 1∼2년내 한국과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이 역전될 것”이라고 경고해 눈길을 끌었다.
○전시회 규모 축소=이번 행사의 참가업체와 기관은 지난해 대략 600개였던데 비해 올해는 큰 폭으로 줄어든 494개에 머물렀다. 이같이 참가업체와 기관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심각한 불황을 겪은 PC메이커들이 대거 불참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기업들인 도쿄상공회의소 회원사들의 참여 감소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실제 전시회장에서는 오히려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개최 첫날인 21일에는 일반 공개일이 아님에도 전시회장에 하루 종일 인파가 넘치는 등 여전히 IT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입증했다. 특히 NTT도코모, KDDI, J폰, 츠카 등 통신업체들은 업체당 부스 도우미를 30∼40명 정도씩 동원해 시종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편 이런 활기 속에서도 30여개 한국 참여업체들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소외돼 관계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비즈니스쇼가 보여준 일본 IT=그동안 일본내 IT산업의 방향이 그동안 PC메이커 중심으로 편향적인 구조를 보였으나 이번 행사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일례로 PC메이커인 히타치는 자사가 직접 부스를 가지고 참여하지 않고 자회사인 히타치소프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네트워크화가 진전됨에 따라 이에 대응한 장비를 개발·제조하는 전문중견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전까지 모든 전기전자관련 제품을 생산 주도하던 일본 전기전자메이커들이 점차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수정함에 따라 전문업체들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비스니스쇼를 개최하고 있는 일본경영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견업체들이 네트워크화에 따라 허브역할을 하는 장비의 개발 및 제조를 맡고 대형 PC메이커들은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는 등 역할분담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