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월드컵 이후를 생각하자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2002 한일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달 31일이면 공식적인 개막식과 함께 개막전인 프랑스대 세네갈의 경기가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10개 도시의 축구경기장도 세계인의 축제를 앞두고 마무리 점검에 분주하다. 이들 경기장에서 붉은악마의 우렁찬 함성이 울려퍼지고, 그 여세를 몰아 우리 팀이 본선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면야 뭘 더 바라겠는가. 하지만 16강이 월드컵의 전부는 아니다. 이제는 월드컵이 시설과 스포츠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와 경제적인 면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번 월드컵은 88서울올림픽에 이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임에 틀림없다. 해외 관광객들로 인해 벌어들일 직접적인 관광수익은 차치하더라도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로 개선될 국가 이미지는 국가 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비결은 바로 문화적인 이미지를 충실히 다지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문화적인 이미지야말로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국가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 행사를 통해 스포츠나 정보산업 분야에서의 강국이라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창의적 문화국가’라는 이미지를 세계인에게 알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외국관광객에게 한번에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10개 지방도시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가.

 이제 월드컵 이후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축구 월드컵’은 한 달이면 끝나겠지만 세계로 웅비하는 우리의 ‘문화 월드컵’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월드컵을 통해 알려진 우리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세계인들에게 다시 찾고 싶은 나라, 좀더 알고 싶은 나라, 함께 협력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국제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국제적인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문화·사회 등 각 부문의 교류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월드컵을 계기로 형성된 도시의 이미지를 적극적인 도시 마케팅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때 우리나라와 우리 상품에 대해 관심을 갖는 세계인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한편 1조90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이 투자된 10개 축구장을 대회 이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88올림픽 당시에도 많은 스포츠 시설이 건설됐지만 사후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축구장의 입장 수입과 광고 수입, 일부 시설을 대여할 경우의 수입, 그리고 관광 수입 등을 모두 합치더라도 연간 20억원에서 40억원에 달할 운영비에는 턱없이 모자랄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자치단체 나름대로 사후계획을 수립하고는 있지만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수익사업이 없다면 대형구장을 운영하고 보수하기 위해 결국 시민의 세금이 투입돼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실정에서 납세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경기장을 시민에게 과감하게 개방함과 동시에 수익성과 주민복지를 고려해 사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다시 한번 돌아보건대 월드컵은 단순한 축구시합이 아닌 종합적 문화축제다. 행여 분위기에 휩쓸려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놓쳐 버리는 안타까움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축제가 시작되려는 지금 사후를 생각하는 현명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