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타워]지자체의 IT 월드컵 열기 아쉽다

 개막을 1주일여 앞두고 전국이 월드컵 열기로 점차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31일 개막되는 세계 축구인의 축제 월드컵 경기는 서울을 비롯해 바다 건너 서귀포에 이르기까지 전국 10개 도시에서 분산적으로 개최되며 한 달 동안의 열전을 벌이게 된다.

 월드컵은 그야말로 100년에 한 번 개최국의 기회가 올까 말까 하는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다. 그러다 보니 이를 준비하는 지자체들도 월드컵을 ‘내 고장 알리기’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있다.

 손님맞이를 위해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을 새롭게 확충하고 단장하는가 하면 우리나라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에도 분주하다. 특히 지자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지역정보 알리기와 통역서비스 등에 가장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대구·광주 등 각 지자체는 월드컵을 맞아 인터넷 홈페이지에 외국어 서비스를 대폭 보강하고 초고속인터넷 무료설치, 관람객들을 위한 관광정보 제공, 통역 등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런 정보서비스 외에도 외국 관람객들이 직접 우리의 첨단 IT제품과 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행사들도 마련된다.

 광주시는 다음달 1일부터 20일간 서구 상무시민공원에서 광산업체 등 지역 벤처기업의 제품을 전시하고 정보통신기술을 시연할 ‘광주월드프라자’를 운영한다.

 광주월드프라자는 우수중소기업 홍보관·향토물산관·광주홍보관·디지털방송관·월드컵 명승부전 사진관 등 9개의 특색있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대구시도 대구 두류공원에 첨단 IT제품을 관람하고 직접 이용할 수 있는 600여평 규모의 IT체험관을 설치·운영키로 했다. ‘IT’s DG’라는 주제로 오는 6월 1일부터 16일까지 운영될 전시장에는 IT기술관·디지털영상관·IT체험관·지역 IT홍보관 등이 들어선다.

 이처럼 월드컵을 기회로 지역의 IT산업을 알리려는 지자체들의 노력은 당연하면서도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88년에도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바 있다. 그러나 그때는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기 이전이었고 또 지금처럼 각 지역에서 내놓을 만한 IT도 없었다.

 그 뒤로 15년이 흐른 지금 지방들이 많이 달라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지역의 경제가 빠르게 IT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을 지역 IT산업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지자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지자체들이 아직도 과거 인식에 얽매여 월드컵 경기를 통해 입장수입과 관광수입을 올리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도권 다음으로 많은 IT벤처기업들이 몰려 있다는 대전시조차 예산을 이유로 이 지역 업체들과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많은 지자체들이 1세기에 한번 오기 힘든 소중한 기회를 너무 쉽게 써 버리는 것은 아닐까.

 아직도 많은 지자체 공무원들의 인식이 발전해가는 IT산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김병억 산업기술부 부장대우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