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맞교환 가능할까.
KT와 SK텔레콤의 주식 맞교환에 대한 논의가 증권가에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KT측이 주식맞교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 배경과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KT가 보유한 SK텔레콤의 지분은 대략 2조3000억원 가량이며 SK텔레콤이 확보한 KT지분은 2조원 가량에 달한다. 여러 정황으로 보면 양사가 주식을 맞교환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문제는 시기다. KT는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시점을 앞당기려 하고 SK텔레콤은 정반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주식 맞교환만큼은 SK텔레콤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상철 사장은 24일 “SK텔레콤을 견제하기 위한 다양하고도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의 대비책을 갖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KT의 제의 배경=이상철 사장은 24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주식 맞교환 검토 용의를 내비치면서 “SK텔레콤이 먼저 일을 낸 만큼 SK측에서 제의해 온다면 논의에 참가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는 차원이지 KT측에서 먼저 제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KT는 “전량 또는 현 지분구도의 2대주주의 지분으로 낮추는 수준으로 주식 맞교환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이같은 제안에 대해 SK텔레콤측이 KT지분 11.34%를 매입하는 이유를 ‘오버행’에 대한 위험성을 든 만큼 모든 복선이 제거됐음을 내비쳤다. 그래서 SK텔레콤이 맞교환하지 않는다면 KT 경영권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오해를 살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KT의 속뜻은 다른 데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맞교환을 통해 SK텔레콤의 보유지분을 갖게 된다면 현 KT경영진의 경영권은 확실히 보장된다. 우리사주 5.7%까지 포함하면 현 KT 경영진이 최대 지분을 갖게 돼 있어 사실상 KT의 경영권을 넘볼 수 없게 된다.
이번 제안도 이같은 포석 아래 이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텔레콤의 반응과 전망=일단 부정적이다. 조신 SK텔레콤 전략기획실장은 장기적으로는 고려대상이 될 수 있지만 당장에는 그러한 일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SK텔레콤의 또다른 관계자도 “현 KT의 지분구조나 법규상으로 주식 맞교환이 사실상 힘든데, 왜 그런 발언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면서 KT의 숨겨진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SK텔레콤도 주식 맞교환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이번 지분인수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나 2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잠겨둬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또 주식 맞교환을 거절할 경우 ‘KT 경영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까 두렵기도 하다.
실제로 SK텔레콤이 지난 23일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도 주식 스와핑의 검토를 포함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주식을 맞교환하자니 KT의 의도대로 간다는 점에서 껄끄럽다.
업계는 이같은 이유로 KT와 SK텔레콤dl 이제 막 시작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고 주식 맞교환이 1차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을 주목할 만하다. 그는 24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SK텔레콤의 KT지분취득에 대해 기업결합심사를 진행중”이라면서 “만약 경쟁제한성이 분명할 경우 해당 주식에 대해 공정거래법에 따라 처분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는 “SK텔레콤의 KT지분 출자는 동종업종에 대한 출자로 그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철 사장도 “이번 매각과정에서 머니파워의 힘을 실감했다”며 “유무선 통신시장 독점 가능성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고 정부 역시 이 부문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해 다양한 방법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사장이 말한 ‘깜짝 놀랄 만한 대비책’도 통신독점 문제와 전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