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과학자가 받은 초등학생 위문편지

 

 “국민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고생하시는 과학자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요. 열심히 일을 해도 월급을 제대로 타지 못하시고…저희들이 이렇게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하는 것은 과학자들 때문이에요….”

 금성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과학자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공학과 C교수에게 보낸 위문편지 내용이다.

 이 위문편지 내용이 알려지면서 대덕연구단지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위문편지를 받아야 할 만큼 불쌍한 처지가 됐구나”하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위문편지는 한 겨울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국군 장병에게 보내던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자체개발한 위성을 쏘아올리고 IT와 BT 등 첨단 과학기술로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밝혀내는 요즘 같은 시절에 과학자에게 이런 위문편지가 보내졌다는 사실에 대해 연구원들은 적잖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위문편지를 직접 받은 C교수는 “과학자가 이상적인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초등학교 어린이의 눈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이 서글플 뿐”이라며 “위문편지를 보낸 학생이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이러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물론 월급을 못받는 과학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초등학생의 눈에 비친 과학자의 사회적·경제적 위상이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에 과학자들은 슬퍼하고 있다.

 위문편지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한 연구원은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고 말은 하지만 초등학생마저 과학자를 월급도 제대로 못받는 집단으로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과학기술의 미래가 그만큼 밝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며 이내 고개를 떨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 투입되는 총 예산이 4조원을 넘었지만 과학기술자가 IMF터널을 빠져 나오며 느꼈던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은 아직까지 뿌리깊게 남아 있다.

 한 과학자에게 위문편지를 보낸 초등학생은 철이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만든 것은 분명 어른들이다. 과학기술자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연구의욕을 꺾는 위문편지가 상징하는 바를 되새겨 볼 일이다.

 <대전=산업기술부·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