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와 관련된 일련의 흉악범과 자살사태 등을 보고 심히 우려된다.
영국에서 약 8년간 거주하다가 온 사람으로서 한국에서의 신용카드 남발행위를 더이상 참고 지켜볼 수 없어 이렇게 글을 적는다.
영국의 경우 은행에서 계좌를 쉽게 개설하지 못함(2인이상 추천서 필요)은 물론 신용카드는 최소한 3∼6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왜냐하면 신용카드사에서 카드 신청자가 과연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신청자의 근무처 인사담당자에게 편지를 써서 신청자의 임금이 얼마이고 지금까지 얼마간 봉급을 받았는지, 계약직인지, 평생직인지 여부를 모두 확인한 후 비로소 카드를 발급하고 또 발급할 당시에 신청자의 신용등급을 정해 그 한도도 지급여력에 따라 최소한으로 한다.
신용사회란 바로 이런 근본적인 기준을 세우고 따르며, 고객을 한사람 한사람씩 관리할 때 전체 사회가 신용사회가 될 수 있고 또한 선진국에서는 이런 규정을 수년간 지켜왔기 때문에 신용사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연 어떤가.
길거리를 지다가다 보면 신용카드를 신청하라는 가두팻말을 종종 볼 수 있다. 게다가 신용카드를 신청하면 선물까지 준다. 그리고 카드로 물건을 구매할 때 판매직원은 서명자의 서명과 카드상의 서명을 대조하지도 않은 채(본인확인 없이) 물건을 판매한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 어느 신용카드 가맹점을 가더라도 신용불량자 명단을 가지고 있고 카드로 물품을 구매했을 때 본인서명 확인은 물론 사용카드가 신용불량자 명단에 기재돼 있는지 여부를 항상 확인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경우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심히 우려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요새 발생하고 있는 사태를 보면 본인이 이미 예상했던 사태를 보는 것 같아 한심한 생각이다. 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목전 이익만 생각하는가.
도대체 현금지불 능력도 없는 학생들에게 카드를 발급해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빚더미에 올라앉으면 국가에서 모두 책임지고 지불해주려고 하는가. 신용카드사든 관계당국이든 얇팍한 상술과 무책임한 감독으로 신용불량자만 양성하는 신용불량 사회를 부축이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신문, 방송 등에서 앞장서서 관계당국이 근본적이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신용불량자 양성국가라는 오명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해선 썬트랜스글로브 사장 hskim@suntransglo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