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증권시스템과 고객차별화

 ◆한일섭 대우증권 이사

 

 최근 한 기관이 증권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8.3%가 온라인 증권을 이용해봤으며 75.4%가 앞으로 이용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30∼40대 남성의 온라인 증권거래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50대 이상의 참여도(36.4%)는 극히 낮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온라인 거래에 대한 초창기 열광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유달리 온라인 거래에 대한 열광이 식지 않는 것일까.

 온라인 거래가 먼저 싹트기 시작한 미국의 경우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웠지만 콘텐츠는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온라인 증권거래 시장의 태동기에 이미 많은 증권 회사에서 ‘전문가’ 수준의 콘텐츠들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초고속 통신망의 확대와 PC방의 번창이라는 인프라 확충과 맞물려 온라인 거래의 활성화를 부추겼다.

 대표적인 미국의 온라인 증권사 E트레이드의 트레이딩 프로그램인 ‘파워 E*트레이드 마켓 트레이더’의 경우 국내 대부분 증권사에서 오래 전부터 제공해 오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종합화면’ 개념과 비슷하다.

 향후 국내 증권사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HTS를 둘러싼 시스템 개발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그레이드 경쟁, 속도 및 보안기능, 백업시스템의 구축, 마케팅 분야에서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다. 

 최근 HTS에 있어 국내 증권사들의 중요한 화두는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 맞춤서비스(customization) 등으로 요약할수 있다. 이 단어들은 모두 ‘차별화’란 말로 간단하게 표현할수 있다. 서비스 차별화는 고급 서비스를 우수고객에게 제공해 이탈고객을 최소화시키고 더욱 우수한 서비스를 통해 신규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이 근본적인 취지다. 

 HTS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항목으로는 크게 보아서 콘텐츠·퍼포먼스·보안서비스 등이다. 실제로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개발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예를들어 많은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전종목 시세 게시판이나 매매 시그널 브로드캐스팅, 주문체결 내역 및 잔고를 실시간으로 갱신하는 서비스, 자동주문시스템, 종목검색시스템 등은 별도의 서버를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시스템 전체에 부하를 줄 수 있지만 기간 네트워크에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 또 동일한 화면 안에서도 매트릭스로 구성된 고객 등급 테이블에 따라 퍼포먼스를 달리 줄 수 있다. 이같은 서비스 역시 비용문제로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이런 차별화 서비스의 사례는 유명 인터넷 사이트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디스크 서비스 사이트인 팝폴더의 ‘익스프레스모드’, 다음의 ‘프리미엄메일 서비스’, 한게임의 슈퍼방장권한 등에서 부여하는 ‘한게임 플러스 서비스’ 등이 모두 같은 맥락이다. 대우증권의 경우 ‘온라인 투자상담’과 같은 인기 콘텐츠는 질문 권한을 몇몇 등급의 고객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차별화는 회사가 정한 세분화된 분류기준에 따라 실시할 수도 있지만 고객이 정할 수도 있다.

 실제로 HTS 차원의 차별화는 아니지만 닛코증권의 경우 계좌 개설시 서비스 등급을 3가지로 나눠 각각 그 등급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물론 상위등급을 선택한 고객들은 더 많은 수수료를 회사에 지불해야만 한다.

 새로운 수익원 및 고객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와 동일한 방향으로 경쟁은 무한히 이뤄지고 증권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위탁수수료율 인하 추세도 계속되고 있다. 

 최소비용만을 들여 소수의 우수고객에 대해 집중하고자 하는 현상도 그 필요성이 점증되고 있다. 아마도 2002년은 HTS 또는 온라인 전반에 걸쳐 ‘차별화’ 또는 ‘등급화’가 제대로 시도되는 첫번째 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