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희 가트너코리아 영업대표 shong@gartner.co.kr>
입사 후 첫해 미국, 호주, 일본 등 대륙별로 회사에서 개최하는 심포지엄에 국내 고객들과 함께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우선 다양한 주제발표와 함께 단일 행사로서 행사장의 규모는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참석자들의 면면이었다.
상당수의 참석자들이 이 분야에서의 오래된 경력을 반영하듯 돋보기 안경에 반백의 머리로 열심히 경청하며 필기하는 모습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국내 IT행사장에 참석하는 사람 중 대다수가 젊은 사람인 우리나라와는 크게 대조를 이루는 분위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IT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급속한 기술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으로 많은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또 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랜 경륜과 쌓인 경험이 너무 빨리 포기되고 또 잊혀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트너의 IT기술에 대한 발전단계 이론에 의하면, 모든 기술은 그 기술에 대한 과잉 기대기, 기대에 대한 실망기를 거쳐 발전기, 성숙기에 도달하게 되며, 이런 일련의 과정은 짧게는 2∼3년에서 길게는 10여년의 기간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국내 IT산업의 흐름은 1∼2년을 주기로 유행처럼 번졌다 다음으로 옮겨가는, 마치 패션산업과 많이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 IT산업은 유행하는 패션과는 다르다.
IT에 대한 투자는 공급업체의 주도나 일시적 유행의 개념이 아닌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영목표와 일직선상에 있어야 하며 그 우선순위는 기업의 특성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