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는 외국인 투자사를 대상으로 한 ‘한국케이블TV방송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미디어 전문 투자자들이 참석해 국내 케이블TV 산업에 대한 분석평가 내용과 투자가치를 제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외국인들이지만 누구보다도 국내 케이블TV 산업을 꿰뚫고 있다는 것이었다. 외국 투자사들을 봉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자리였다. 디지털화 과정에 있는 국내 케이블TV 산업이 외국 자본을 유입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언급한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세 가지였지만 국내 케이블TV의 고질병을 그대로 지적하고 있다.
첫째 덤핑 수준의 수신료 문제다. 너무 싼 수신료는 SO의 재정에 큰 타격을 줄 뿐 아니라 프로그램 수신료를 받는 PP들에게 이어져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 수신료로는 디지털화하더라도 투자한 자본의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둘째 사업자 구조개편이다. 외국 투자자들은 케이블TV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규모의 MSO화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국내 케이블TV 업계에 불고 있는 M&A 열풍과 MSO화 추세가 더욱 빠른 속도로 이뤄져 사업자 구도가 하루빨리 정리돼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는 방송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도적으로 막고 있는 대기업 및 외국인 투자지분 제한의 완화다. 현재 대기업의 경우 17위 기업까지 방송채널에 대한 지분소유 제한을, 외국인의 경우 총 지분의 33% 이하로 투자지분 제한을 받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50% 이상까지의 지분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세 가지의 조언과 함께 국내 케이블TV 산업의 투자가치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임이 분명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케이블망의 인프라가 확실하고 인터넷산업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발달해 규모의 경제와 함께 범위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 창출이 무한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 케이블 가입자율이 10%대로 매우 낮기 때문에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해 탐이 나는 시장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문화산업부·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