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상왕 ASIC설계사협회(ADA) 사무국장 ohsw@ns.asic.net
하나의 칩에 여러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집적하는 SoC(System on Chip) 개념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난 현재, SoC는 차세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휴대폰·디지털TV·고선명(HD)TV·PDA, 블루투스 등 IT산업의 핵심기술로 자리매김함과 동시 NT·BT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SoC 기술 없이는 더 이상 경쟁력 우위를 가질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최근 국내 SoC업체에 투자를 하기 위해 방한했던 대만 벤처캐피털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 현재 대만은 물론 동남아 휴대폰 시장에서는 삼성 애니콜이 모토로라 제품보다 더 인기가 좋다고 한다. 또한 유럽시장에서는 국내 셋톱박스가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제품도 세계 시장을 리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며, 이러한 제품이 세계 시장에 뿌리내리기까지의 노력과 전략을 리모델링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아직까지 국내 대부분의 IT업체들이 마케팅에 많은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잘 반영하듯 2001년 ADA협회 조사자료(2001년 IT SoC 산업동향 및 기업현황)에 의하면 조사대상 업체 중 60% 이상이 국내외 전시회에 한번도 참여한 실적이 없으며 3회 이상 참여한 업체는 고작 4% 정도였다. 더욱이 신문 또는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 경험이 있는 업체도 기업을 공개(IPO)한 극소수에 불과했고 비용도 4000만원 정도에 그쳤다. 오직 웹사이트로만 제품 및 회사 홍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7년 IMF후 많은 벤처가 설립됐고 거품 논란 등 부작용도 있었지만 IT벤처가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많은 공헌을 한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구조조정이라는 아픔속에서도 꿋꿋이 새로운 기술분야에 도전, 이 중 다수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또 SoC 반도체 산업의 인프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서서히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SoC 중소업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홍보 부족, 마케팅 전략 및 네트워크 부재 등으로 기술의 상용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극명한 사례로 국내 모 홍보회사가 미국의 한 전시회에서 외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주요 SoC업체들과 이들이 조직한 협회를 소개하자 한국이 언제 메모리반도체에서 SoC 분야에까지 진출했냐며 깜짝 놀라더라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한국을 반도체 부문 경쟁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기에 앞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홍보부족과 그간의 마케팅의 부재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IT SoC분야의 중소업체들은 기존 마케팅 전략을 하루빨리 수정해야 한다. 전시회 참가니 바이어와의 수출 상담으로 모든 사업이 잘 이뤄졌다고 평가하는 기존 잣대를 던져버려야 한다. 더욱이 SoC상품은 DVD, 휴대폰, 음성 및 영상기기 등과는 달라 볼거리가 없어 컴덱스나 세빗 같은 IT종합전시회에서는 시선을 끌기가 어려워 세계 주요 IT업체들의 전시행사에 들러리가 된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최근 일본 IT산업에 대한 연구보고서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거와는 달리 한국 IT산업이 기준이 되는 도표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만큼 글로벌화된 우리 중소업체들도 세계 반도체 시장을 겨냥해 위상에 걸맞은 마케팅 전략과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휴맥스의 셋톱박스와 팬택의 CDMA단말기 등이 유럽이나 미주시장에서 정착할 수 있었던 모범 사례를 보자. 발로 뛰며 직접 고객을 하나하나 찾아다니고 그들의 문화 및 정서를 이해하다보면 틈새시장이 더욱 더 커보인다.
국내 SoC 중소업체들도 부단한 기술개발 및 상호협력, 해외 시장을 향한 마케팅이 잘 조화를 이룬다면 퀄컴·엔비디아·비아 같은 세계적인 팹리스업체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정부의 지원정책도 여기에 중점을 둬야 한다.
산·학·연·관이 힘을 뭉쳐 한국을 반도체 강국으로 만든 D램 신화를 SoC분야에서도 재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