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쯤으로 기억한다.
농림부가 지난 2000년부터 추진해온 ‘농축산물 사이버도매시장’ 구축 프로젝트를 끝내 포기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고 4억원을 들여 컨설팅까지 마치고 100억원대의 대형 프로젝트로 추진되던 이 사업은 지금도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업계에서 회자된다.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담당공무원의 잦은 교체. 농림부는 해당 국·과장과 사무관은 물론 담당과마저 프로젝트 추진 중간에 바꿔 버리는 상식밖의 행정을 펼쳤다. 가뜩이나 전자상거래 등 e비즈니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일천한 농림부로서는 담당공무원의 전문성 확보가 우선시돼야 했음에도 말이다.
최근 산업자원부는 무역정책과장을 KOTRA 종합행정실장으로 내정했다. 해당 과장이 지난 3월 말 무역정책과에 부임했으니 겨우 두 달 근무한 셈이다. 무역정책과는 전자무역 등 중·장기 국가 무역종합시책의 수립과 추진을 총괄하는 부서로 산자부 무역투자실에서도 최고 핵심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번 인사로 연초 담당과장 교체 이후 표류를 거듭하던 ‘전자무역 종합육성시책’의 시행을 비롯해 대외무역법·무역자동화촉진법의 개정작업 등 산적한 현안이 또다시 답보상태에 놓이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 종합육성시책 마련 시 기획된 ‘인터넷 종합무역상사 육성’ ‘수출마케팅 컨설팅 네트워크 구축’ ‘전자무역 지원기관 집적시설 마련’ 등의 몇몇 정책과제는 본격적인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흔히 전자상거래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e트레이드’ 특유의 전문성과 중요성에 대한 산자부의 고려는 이번 인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 전 중앙인사위원회가 산자부 등 중앙 부처 실·국·과장 등 1∼3급 고위 공직자 1840명을 대상으로 보직 재임기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1년 2개월 15일에 지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고위 관료의 심각한 단명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느니, 소신있는 정책을 펴기 힘들다느니 하는 공무원 단명현상의 전형적 폐해를 새삼스레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이는 정부가 일선업계와 시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아니 당연히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며 배려기 때문이다.
“이제 좀 말이 통하나 싶었는데, 신임 과장 또 공부시키려면 땀깨나 흘려야겠다”는 관련 업계의 목소리는 작지 않은 울림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디지털경제부·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