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EL 시장 조기개화 어렵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앞으로 어떤 제품이 주도할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는 유기EL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고 심지어는 한국과 대만의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조차도 유기EL 시장이 당장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E타임스는 미 보스턴에서 개최돼 지난 24일 막을 내린 SID(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 2002에 참가했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50개의 기업이 유기EL에 투자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 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제품을 상용화시킨 곳은 대만의 몇 개 업체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유기EL 담당 제품 매니저인 권장혁씨는 “유기EL은 LCD에 비해 뛰어난 기술이지만 가격이 문제”라며 “유기EL은 아마도 10년내에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05년 이후 유기EL은 TV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며 “삼성은 대형 디스플레이의 기술적인 문제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US디스플레이컨소시엄의 이사인 J 노먼 바드슬리는 “전에도 그같은 아이디어를 들었었다”며 유기EL의 TV 시장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시장 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유기EL 시장은 올해 약 1억달러에 불과하겠지만 오는 2007년까지는 약 28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유기EL은 소형 핸드헬드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액티브매트릭스 유기EL이 오는 2006년까지 전세계에 출하되는 PDA의 40%에 탑재되고 휴대폰의 경우 장착률이 8%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핸드헬드 제품이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며 또 일부에서는 디스플레이서치의 전망치조차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세계 최대의 PDA용 디스플레이 공급업체인 대만의 필뷰일렉트로닉스그룹의 CEO인 제이콤 린은 “현재 유기EL로 할 수 있는 것은 LCD로도 가능하다”며 “유기EL만의 독자적인 응용제품을 발견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겠지만 아직 주목할 만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기EL은 앞으로 규모가 큰 노트북이나 데스크톱PC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적어도 몇년간은 TFT LCD와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수요가 크게 늘어난 TFT LCD의 경우도 개발된 지 25년이 지나 치열한 가격 경쟁을 겪고 난 후에야 비로서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다.

 한편 디스플레이서치는 델컴퓨터와 같이 LCD를 컴퓨터에 번들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LCD가 이르면 오는 2004년께 CRT의 시장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