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중소기업 IT인프라

 ◆산업자원부 김종갑 국장 jongkkim@mocie.go.kr

  

 우리나라의 산업은 지금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 73년 중화학 공업 선언 이후 공업화를 통한 경제 성장을 토대로 이제 새로 도래하고 있는 지식정보 시대에 적응하고 또 적극 선도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폴 크루거만의 지적대로 우리는 노동량 투입이 아니라 기술혁신과 생산성 증대에 의해 구동되는 고부가가치형 산업구조를 만드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소기업의 IT화는 지식정보화의 기반이요, 출발점이다. 개별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그 기업이 속한 가치사슬(value chain)의 시작점으로서 경제 전반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나아가 디지털 경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e비즈니스의 초석을 놓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수출의 43%, 고용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경제의 뿌리다. 따라서 이제는 이 근간이 IT화되고 이를 통해 대기업을 포함, 모든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기업의 IT화는 산업의 디지털화라는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의 모든 프로세스를 전자화하는 것으로, 인사·재무·회계는 물론 개발·조달·생산·물류·판매·AS 등 사내외 업무흐름을 실시간으로 네트워킹하는 것이다. 마치 월드컵 축구 경기에 참여하는 우리팀 선수 개개인이 나머지 10명의 행동을 동시에 감지해 적재적소에 연결함으로써 빠른 공격과 정확한 슈팅을 가능토록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IT화를 통해 기업의 어느 한 부서에 있는 사람이 다른 부서, 다른 업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적시에 정보를 ‘패스’함으로써 개별기업의 경영 효율성은 물론 그 기업이 속한 가치사슬이라는 ‘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기업정보화지원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기업정보화 수준은 100점 만점에 49.8로서 아직 초기단계인 기업내 정보화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수준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그리고 주요 업종간 정보화 격차(digital divide)도 심한 편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 등 정보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을 갖췄으면서도 기업내 또는 기업간, 기업과 고객 사이의 정보유통과 활용이 미흡해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등 산업의 정보화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3만개 중소기업 IT화 사업에 이어 제2단계 중소기업 IT화 3개년 비전 제시를 통해 우수한 정보인프라를 기업내부와 산업전반에 체화시켜 기업의 생산성 증대는 물론 산업의 e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업문화나 중소기업 경영자의 마인드 전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산업자원부는 제2단계 중소기업 IT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 IT화의 내실화·고도화를 비롯, 기업규모간·업종간 정보격차 해소와 본격적인 e비즈니스 확산을 유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세계적 수준의 e비즈니스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관건이다. IT 최강국 미국에서도 정보화를 문화적인 도전이라고 정의한 바 있지만 기업의 IT화를 위해서는 기업인 스스로 변화와 혁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진정한 e비즈니스의 성공은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딩이나 네트워크의 용량증대 같은 외형적인 IT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운영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조직의 문화를 혁신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결국 e비즈니스라는 거대한 트렌드도 시작은 IT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완성은 휴먼웨어에 달려 있는 것이다. 기업이나 산업의 경쟁력도 마찬가지로 얼마만큼 IT화돼가느냐가 아니라 기업의 CEO나 조직원 개개인이 얼마만큼 IT화 돼가느냐가 진정한 IT화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내년이면 중화학 선언 30주년으로 우리나라의 산업도 이제 20대를 지나 성숙한 30대로 진입하게 된다. 산업도, 기업도 IT라는 보약을 통해 젊음을 되찾도록 해야겠다.